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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액만큼 부실PF 되팔아…저축은행·캐피탈 ‘파킹거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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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4. 11. 06. 15:56

펀드 출자액·매각액 일치율 73%(저축은행)·88%(캐피탈)
저축은행·캐피탈 모두 1차 대비 2차 펀드 규모 폭증
"업권별로 부실 PF 대출채권 관련 모니터링해야"
김상훈 의원_프로필 사진 (1)
/김상훈 의원실
저축은행들과 캐피탈 회사들이 자체 조성하거나 공동 출자한 펀드에 자사 부실사업장을 매각한 규모가 전체 거래 규모 대비 각각 73%, 8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을 이연시키려는 '파킹 거래'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업권 별로 부실PF 대출채권 매각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부동산 PF 시장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부 금융사들이 부실화된 PF 채권을 싼값에 사들이는 NPL(부실채권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다만 펀드에 부실 PF 채권을 넘기면 금융사의 건전성은 개선돼 보이지만, 실제 채권이 가진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의 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 회사의 부실을 이연시키려 하는 '시간 끌기용 파킹거래' 용도로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에게 받은 '부실PF NPL펀드 매각 현황'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공동으로 조성한 NPL펀드에 평균 73%(△1차 71.5% △2차 75.2%), 캐피탈은 평균 88%(△1차 87.1% △2차 88.9%) 수준으로 투자한 만큼 부실PF(프로젝트파이낸싱) 채권을 되판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주요 저축은행 10곳은 지난해 9월 330억원 규모로 1차 펀드를 조성, 그중 236억원을 매각했다. 이어 올해 5~6월에 조성된 2차 펀드에는 저축은행 34곳이 5112억원을 출자해 3848억원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펀드에 비해 2차 펀드에서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특히 투자액은 15배 폭증했다. 출자액과 매각액의 일치율도 1차(71.5%) 대비 2차(75.2%)에서 소폭 증가했다.
캐피탈사 9곳도 지난해 9월 1차 펀드에 1500억원을 출자하고 1307억원을 매각했으며, 올해 5월에는 캐피탈사 7곳이 2차 펀드를 조성, 2510억원을 출자해 2231억원을 매각했다. 저축은행과 달리 2차 펀드에선 참여 회사가 2곳 줄었지만, 반대로 투자액은 약 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자액과 매각액의 일치율은 1차 87.1%, 2차 88.9%로 집계됐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권 모두 1차 대비 2차에서 NPL펀드 규모가 크게 늘어난 건 △파킹 가능 △연체율 및 충당금 부담 완화 △금융당국의 부실사업장 정리 압박 회피 △부동산 시장 회복 이후 재매입을 통한 수익 기대 △헐값 매각 손실 최소화 등의 이점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각 업권의 금융사들은 향후에 3차 공동펀드를 조성할 계획이 있었지만,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면서 추가 조성은 중단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부실채권이 정리되지 않고 단순히 이연되는 방식으로는 재구조화 및 땅값 조정은 PF 정상화 대책을 방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은 "내달부터 사업성 평가가 상시평가로 전환돼 경·공매가 더 활성화되는 동시에, 펀드 공동조성은 막힌 상황인 만큼 개별사의 짬짜미 파킹이 더욱 성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실 이연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권별로 부실PF 대출채권 매각 관련 검사를 실시하고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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