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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리스크 컨트롤타워’ 세운 현대차그룹 [2024 미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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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4. 11. 05. 17:54

전세계 판매량 20% 이상의 핵심 시장
해리스 당선땐 기존 방향 유지 가능성
트럼프 땐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전망
재계에선 국내 기업 중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그 결과에 가장 철저히 대응하고 있는 기업을 꼽으라면, 현대차그룹을 가장 선두에 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이 거론되자 가장 먼저 현지로 달려간 총수가 바로 정의선 회장이다. 이미 글로벌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인맥과 정보통을 영입하고 대외 리스크 컨트롤타워까지 세운 터다.

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대선 후보자별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미국 시장은 전 세계 판매량 중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곳이다. 이 때문에 미국 대선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사업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기도 하다. 앞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8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지 무관하게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의선 회장 역시 지난 9월 초 현대차그룹이 후원한 한미일 경제대화에서 공화당의 빌 해거티 테네시주 상원의원, 크리스 쿤스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등과 두루 교류하며 친분 쌓기에 나선 바 있다.

핵심은 4분기 안에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HMGMA)'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초에 IRA을 겨냥해 완공한 공장인 데다 해리스와 트럼프 공약도 전기차 지원책에서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HMGMA는 연간 30만대에서 최대 50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만약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현대차그룹의 생산 방향성은 큰 틀에서 현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의 IRA 계승을 강조했던 만큼 내년부터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해리스 당선 시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변수가 더 적은 게 사실"이라며 "사업 정책의 연속성 면에서는 유리하다"고 짚었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라는 관점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에 대한 추가적 관세 조치 등이 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이 교수는 "해리스도 관세 부과 등 추가적인 견제를 배제하기 힘든 만큼 판매 위축 시 대응 가능한 다양한 파워트레인 개발도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 사업 방향 수정은 보다 직접적으로 행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트럼프가 자신의 공약대로 IRA 폐지를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전기차 지원책의 축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혼류생산이 가능한 HMGMA는 하이브리드 차 생산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HMGMA는 최대 생산능력의 3분의 1까지 하이브리드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순 있겠지만 초기 계획은 전기차 중심 생산이고 이후부터 하이브리드를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누가 당선자로 정해지든 간에 중장기적 전략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트럼프가 당선돼도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지만, 향후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가지 않을 수 없다"며 "4년은 묶이게 되겠지만, 그 의미는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과 격차가 벌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해리스의 경우 오히려 미국이 배터리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라며 "이럴 경우 중장기적으로 경쟁이 버거워질 수 있는 만큼 대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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