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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생명보험업황에 대한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의 시각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업황이 나날이 악화하는 가운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일 '아시아투데이 공공기관 포럼'에 참석한 김철주 회장은 내년도 업황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올해도 쉽지 않았는데, 내년에는 금리가 내려가고 할인율 가정도 바뀌면 상당히 어려워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김 회장의 언급처럼 생보업황 전망은 어둡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투자로 자산운용을 하는 보험사들은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데다, 지급여력비율(K-ICS) 하락으로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발생한다.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이 시행될 경우 지급여력비율은 더욱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구구조 변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보사들의 보험상품 수요와 판매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 문제는 개선되기도 어렵다. 이에 생보사들이 헬스케어, 요양사업 등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생존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회장이 생보협회장으로 취임한 건 규제 완화,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반영됐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관(官)' 출신이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관 출신이 협회장으로 선임되면 금융당국과의 보다 원활한 소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규제 완화를 적극 주문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실적 부풀리기' 논란 등에 휩싸여 있다. 혼란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보험개혁회의 등을 통해 제도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협회가 업계의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김 회장의 책임도 막중하다.
김 회장은 취임한 후 생보업계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부진한 업황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김 회장이 생보협회장 취임 후 가장 먼저 보인 행보는 조직개편이었다. 생보사들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전담조직인 '신성장지원부'를 신설했다. 생보사들의 시니어케어, 헬스케어 등 신사업 진출을 지원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을 돕기 위해서였다.
김 회장은 회원사들이 어두운 업황 속에서도 신사업 발굴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단기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며 "협회는 (회원사들을) 돕기 위해 제도 개선 등으로 지원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3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던 김 회장은 다음달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아직 2년의 임기가 남은 김 회장이 업황 부진의 늪에 빠진 생보업계에 어떤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