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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기조 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났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엔비디아는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나올 때마다 SK하이닉스에 더 많은 HBM을 요구하고, 합의된 일정도 항상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다"며 "지난번 젠슨 황과 만났을 때 HBM4 공급을 6개월 당겨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젠슨 황 CEO는 뼛속까지 엔지니어인데 마치 한국인 같다"면서 "빨리빨리 일정을 앞당기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조연설 중 영상을 통해 깜짝 등장한 황 CEO는 SK와 이뤄낸 기술적 발전과 파트너십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SK하이닉스와 함께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제시한 개념으로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가설이다. 황 CEO는 "SK하이닉스와 협업으로 더 적은 메모리로 더 정확한 연산을 수행하고 동시에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했다"며 "컴퓨팅 처리 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CEO는 "초기 AI는 텍스트 생성에 집중돼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AI 모델의 데이터 세트와 이를 위한 메모리 크기가 상당히 커져야 한다"며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 계획이 빠르게 실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와 여러 세대의 컴퓨팅 아키텍처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플랫폼 회사로서 엔비디아는 생태계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컴퓨터 회사에 불과하다"며 "많은 측면에서 공동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웨이저자 TSMC 회장도 기조연설 중 영상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AI 기술 혁신을 위한 전방위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델라 CEO는 "협력적인 AI 생태계에 대한 SK의 비전은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SK가 만들어낸 HBM을 우리의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MS 패브릭(AI 기반 통합 플랫폼)을 통해 SK그룹 전체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데이터 혁신과 모바일에서 PC로 확장되는 SK의 개인화 AI 에이전트 서비스(에이닷)에의 협력까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전 회장과의 일화를 공개하며, 장기간의 오랜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인수하기로 결심하고 난 뒤 모리스 창 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이 계획을 공유하고,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다"며 "모리스 창 회장은 반도체 미래가 밝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미래가 있으며 (SK가) 동업자가 되는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들 빅테크와의 협력 모델 개발을 위해 그룹 내 AI TF 조직을 꾸려 진두지휘하고 있다. 향후 더욱 AI 협력 사례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조 연설에 나선 유영상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주요 지역에 SK그룹의 역량과 솔루션이 결집된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아시아태평양에서 최고의 AI 데이터센터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기 판교에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AI칩 'H200' 등을 최초로 적용한 국내 유일의 데이터센터를 다음달 오픈한다. 또한 클라우드 형태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공하는 서비스 환경을 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