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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 실리콘 대체할 반도체 공정 혁신… 한국의 ASML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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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4. 11. 03. 17:51

| 인터뷰 |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차세대 3-5족 화합물 반도체 장비 개발
실리콘 기반 설계의 한계 뛰어넘는 기술
소부장 기업이 살길, 초기시장 선점뿐
대외 불확실성 커져 경쟁력 확보에 사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 1일 용인R&D센터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제공=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65)은 국내 소부장 1세대이자 토종 반도체장비 분야 개척자로 통한다.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해 토종 장비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온 지 올해로 31년째. 반도체 증착장비(CVD, ALD) 분야에선 국내외 경쟁자가 없을 정도다. 이런 성과를 가능케 한 건 '혁신'에 대한 황 회장의 믿음이 있었다. "경쟁자가 있으면 기술이고, 경쟁자가 없으면 혁신"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올해 황 회장은 혁신을 통한 새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 한국의 ASML과 같은 장비회사로 도약한다는 것.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트랜지스터 설계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통해 반도체 장비 시장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1일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황 회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혁신과 반도체 산업전망 등을 들어봤다.

-지주사 전환 및 사업분할 계획을 얼마전 철회했다. 아쉽지 않은가.

"회사 구조를 바꾸나, 안 바꾸나 일하는 것은 똑같다. 혁신을 통해 새 고객을 찾고 새 시장도 만드는 건 계속해 나가야 할 일이다. 세상에 완벽한 게 있겠나. 걱정거리를 줄이면서 성장을 해나가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주성은 인적·물적분할을 통해 주성홀딩스-주성엔지니어링-주성룩스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29일 철회했다)"
-3분기 실적이 좋았다. 올해 연간실적 전망은.

"지난해 다소 힘들었지만 올해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소부장은 천수답과 같다. 고객사가 투자를 안 하면 매출이 줄어든다. 매출이 줄더라도 이익은 줄지 않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기술 경쟁력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개인적으로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 75% 이상이 목표다. 그로스마진이 기술력과 직결되니까…."

-내년 전망은 어떻게 하나.

"올해보다 좋을 것 같다. 경쟁자가 있으면 '기술'이고 경쟁자가 없으면 '혁신'이다. 우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분야에서 혁신을 통해 신시장을 만들어낼 경쟁력이 있다."

-얼마 전 '한국의 ASML'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걸 달성할 혁신기술은 무엇인가.

"수십년간 반도체는 실리콘 위에 트랜지스터를 얼마나 촘촘하게 배치하느냐, 즉 좁은 땅에 더 미세한 회로를 그려넣는 경쟁이었다. 네덜란드 ASML의 EUV 공정이 주목받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 실리콘 대신 3-5족 화합물(갈륨질소, 인듐인 등)을 이용하면 트랜지스터 자체를 적층할 수 있다. 그걸 가능케 하는 차세대 ALD 장비를 주성이 개발했다. 추가로 100가구 단독주택들이 있는 마을을 100가구 한 동 아파트를 만드는 혁신 기술이다. 이게 혁명이고 혁신이다."

-장비 개발이 다 된 건가.

"그렇다. 고객사가 우리 장비를 사가서 각자 공정에 맞춰 사용하면 된다. 가격도 싸다. 10원짜리 장비로 100원 버는데, 100원짜리 장비로 1억을 번다면 가격이 싸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만 된다면 엄청난 일이겠다.

"소부장이 살 길은 초기시장을 선점하는 것뿐이다. 미국 AMAT, 일본 TEL 등이 반도체 장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데 그들과 경쟁하려면 그들이 생각 않는 혁신기술로 초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혁신은 파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고, 기술은 사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내년 가장 큰 리스크는 뭐라 보나.

"미국 대선 등 세계 정치 변화다. 자국우선주의가 더 심화될 것이다. 과거 우리는 좋은 원자재를 들여와 가치를 창출한 뒤 해외에 팔아서 이익을 냈다. 그런데 지금은 원자재를 들여올 곳도, 팔 수 있는 곳도 과거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경쟁력이 4분의 1로 악화된 건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4배 더 혁신해야 한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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