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치 일감 이미 확보…해외 매출 비중 50%
국내 기업 미국 진출 외에도
현지 EPC업체 등 수요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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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찾은 LS일렉트릭 청주2공장. 수배전 제조 시설로 들어서자 길이 45미터(m)의 초대형 판금 시설이 보였다. 배전반이 수납되는 외함을 만드는 이 설비는 판금부터 도색까지 한번에 마치는 국내 몇 안되는 설비다. 자재 조달부터 제품 완성까지 자동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인게 특징으로, 효율화의 핵심 설비라는 설명이다.
배전반은 공장 전체의 전력 공급을 조율하는 하나의 시스템 구성품으로 볼 수 있다. 발전소에서부터 전기를 공급받으면 계통과 용도에 맞게 배분, 공급해주는 역할 한다. 그만큼 구성하는 기기도 많고, 연결 배선도 여러가지라 복잡해 보였다. 사실상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작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LS일렉트릭은 효율화에 나섰다. 외함 판금 자동화 설비 도입, 자재 샘플링 시스템 등으로 작업자에게는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다. 특히 배전반 조립 공정에서는 작업자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외함 자체를 벨트에 올려서 조립이 끝나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황복하 LS일렉트릭 수배전제조팀장은 "배전반 업체 중 최초의 사례"라며 "작업자들은 자재를 신경쓰거나 할 필요없이 준비된 제품과 여러 부품들을 설계에 따라 조업하게 돼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배전반은 수주 비즈니스로, 고객사에 맞춰 설계한다. 이 때문에 공장은 제조 설비가 차지하는 공간보다 완제품을 시험하는 공간이 더 많다. 실제로 기업마다 배전반 설계는 조금씩 다르다. 일례로 외함의 컬러를 특별히 요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네이버는 배전함도 기업의 컬러인 초록색으로 맞췄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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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작업환경,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세계적 기술을 더욱 널린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를 차지한 데에서 나아가,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각화하기 위해 전격 투자도 예고했다. 지난해까지 3년 간 미국 플랜트 프로젝트로만 총 7개 배전 솔루션 사업자로 선정됐고, 같은 기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는 15개가 넘는 사업을 수주했다.
해외 진출을 추진할때는 한국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미국 현지의 대형 EPC업체,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대규모 전력 기자재 공급사들(Distributor)과 현지 참여 기획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중장기 사업 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 2공장에서 생산하는 또다른 설비는 변압기다. 발전소에서 고전압 전력을 받으면, 변압기로 용도에 맞게 압력을 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용 전력량에 따라 변압기는 종류도 다양하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하는 몰드 변압기는 가장 큰 경우 7톤 이상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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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등 미국을 자주 오가지만, 최근만큼 한국 기업이나 콘텐츠가 각광받은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LS일렉트릭의 기술도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는 후문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이 선점했던 시장에서 LS일렉트릭은 하나의 '메기'로 등장했고, 이제는 성과도 더욱 커지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이미 수주 잔고 3조원에 육박해 향후 5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했다. 오는 2030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70%로 잡겠다는 계획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전력 기업으로서 지난 50년 간 축적된 기술 및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력설비 슈퍼 사이클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것"이라며 "송전 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배전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