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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만 9건’ 전력망특별법… 미뤄지는 입법에 업계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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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4. 10. 30. 16:23

반도체·AI 전력 확보 시급한데… 송전망 구축은 지역 반대에 발목
전력망 인허가 절차 개선 필요 목소리… 관련법은 상임위서 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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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변전소 전경. /제공=한국전력공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력망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송전선로가 설치될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관련법이 여럿 발의된 상태에서도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은 총 9건이 발의돼 8건이 상임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고, 1건은 접수 상태다. 법안들은 김한규·김정호·정진욱·이상식·김원이·추미애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 6건, 김성원·이인선·김석기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 3건으로 여야에서 고루 나왔다.

대부분의 법안들은 내용 역시 서로 비슷하다. 법안들은 전력망확충위원회 설치로 국가가 전력망 개발사업을 주도하게 하고, 관련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주민 보상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전에 발의된 법안을 약간 수정한 내용인 경우도 있다.

여야가 공통적으로 전력망 확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국가 주도의 사업 추진과 인·허가 절차 개선 내용을 중심으로 법안을 내는 등 이견이 크지 않음에도 관련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여야가 77건의 비쟁점 법안들을 합의 처리했지만, 전력망확충특별법은 여기에서 빠져 있었다.
국회 대부분의 상임위원회에서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여야가 법안 통과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다만 국감이 끝남과 동시에 연말 예산 정국이 다가옴에 따라 당분간 법안 논의 및 처리가 이뤄지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야권 일각에서 오히려 전력망 인·허가 절차 개선과는 반대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법안이 제시간 내에 국회 문턱을 못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경기 하남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력망 설비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거주하는 세대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사업시행자에게 그 설비의 지중화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업계에서는 전력망 구축이 적기에 진행되지 못하면서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전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 주요 사업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0일 국회에 주요 입법과제 중 하나로 전력망확충특별법을 꼽으며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력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계속 나오는데, 현실에서는 전기가 너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보니 법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전력망 확충으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 약속만 믿고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투자를 했는데, 공장은 지어놨는데 전기는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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