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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투자늘린 ‘역발상’… SK하이닉스 반등 뒤 최태원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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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 최지현 기자

승인 : 2024. 10. 24. 18:00

3분기 영업이익 7조 신기록
올해 이천 본사 정례회의서 전략 논의
10조 적자 1년 만에 '어닝 서프라이즈'
2012년 업황 한파 속 HBM 투자 확대
급성장 AI 시장서 기술 리더십도 굳혀
지난해 SK하이닉스에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매서운 메모리 한파에 매분기 적자가 2조원가량씩 발생하던 때였다. 연간 누적 당기 순손실만 10조원에 육박했다. SK그룹 편입 이후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혹독한 시련이었다. 경쟁사들 사정도 매한가지라고 자조하기엔 적자의 터널이 너무도 길었다.

2024년으로 해가 바뀌었지만 업황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이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섰다. 최 회장은 이천캠퍼스에서 곽노정 사장 주재로 열리는 SK하이닉스 정례회의를 찾기 시작했다. 격주 단위로 열리는 토요 정례회의에 그룹 총수가 정기적으로 참석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최 회장은 이 회의에서 실적 반등을 위한 전략을 함께 논의했다. 불확실한 업황에도 HBM 투자를 확대하자는 결정 등이 최 회장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내려졌다.

SK하이닉스의 반등과 경쟁력에 대한 최 회장의 '믿음'이 통한 걸까. SK하이닉스는 올 초부터 가파른 반등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1분기 2조8860억원, 2분기 5조46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리고 올해 3분기 7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축포' 쏴 올린 SK하이닉스
24일 발표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모든 면에서 화려했다. 일단 3분기 수익만 따지면 메모리반도체 세계 1등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마이크론의 실적을 월등히 앞섰으며, 다음 주 나올 삼성전자 DS부문 실적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기록도 여럿 갈아치웠다. 3분기 매출은 기존 최대치였던 올 2분기(16조4233억원) 기록을 한 분기 만에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지난 2018년 3분기(6조724억원) 기록을 6년여 만에 초과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1등 공신은 압도적인 HBM 경쟁력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했다. 회사 전체 매출 중 HBM 비중도 30%에 달했다. 4분기에는 이 비중이 40%로 확대될 전망이다.

고부가 제품인 eSSD도 3분기 낸드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실적 급상승에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60TB(테라바이트) 제품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대량 공급 중이며 122TB 제품도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238단 기술을 적용해 PCle 5세대 eSSD 제품인 'PEB110'을 개발했다.

◇최태원의 뚝심과 믿음 통했다

이번 실적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믿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게 재계 평가다. 지난 2012년 연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부실기업이었던 하이닉스 인수 당시, 주변 모두가 반대했지만 최 회장은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자신하면서 인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던 때에도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경영진에 대한 전폭적 신뢰를 보냈다.

반도체 혹한기에도 HBM 투자를 확대한 최 회장의 '뚝심'도 작용했다. HBM은 지난 2012년 최 회장과 경영진이 메모리 업황이 어두운 상황에서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곽노정 사장도 당시 투자 결정에 대해 "SK그룹에 편입된 2012년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아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10% 이상씩 줄였지만 SK그룹은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했다"며 "당시 투자를 확대하는 결정이 전 분야에 걸쳐 이뤄졌고 거기에는 시장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는 HBM 투자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HBM 등 AI 사업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3조원을 투입한다는 대규모 투자계획도 내놨다.

◇"HBM 1등 확고히 다진다"

SK하이닉스의 고공 행진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내년 출시될 (HBM) 제품들도 모두 '완판'됐다"며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 계약 구조로, HBM3E 판매 증가로 내년 평균 HBM 가격이 올해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HBM 수요 둔화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HBM 분야의 압도적 격차를 유지할 투자, 공정 전환 계획도 착착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수요가 둔화하는 DDR4와 LPDDR4의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HBM과 DDR5, LPDDR5 생산 확대를 위해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길 계획이다.

HBM 관련 패키징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이강욱 SK하이닉스 PKG 개발 담당 부사장은 이날 반도체대전(SEDEX 2024) 주제 연설을 통해 "패키징을 지배하는 자가 반도체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HBM 세계 1위 포지션을 갖게 된 전환점 역시 패키징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자체 개발한 기술인 'MR-MUF'와 관련해 "2019년 3세대 HBM2E를 개발하면서 기존과 다른 MR-MUF 기술을 적용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며 "회사 내부에선 많은 돈을 벌어다 주고 있는 HBM을 '하이닉스 베스트 메모리'라고 부른다"고 자랑했다.
정문경 기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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