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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中기업과 잇단 구설수 TSMC… 삼성 ‘반사이익’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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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4. 10. 23. 18:01

화웨이 칩 이어 샤오미와 AP 거래설
美 정부, TSMC 관여 여부 조사 착수
'더 강한 대중 수출통제' 나올 가능성
엔비디아發 반도체 수요공급 불균형
삼성 물량확보로 시장입지 키울 기회
"中 거센공세 속 무리한 전망" 시각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향한 '외풍(外風)'이 거세다. 미국 등지에서 TSMC와 중국 기업 간 거래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포위망을 뚫고 TSMC가 화웨이 등을 위해 칩을 만들어줬다는 의혹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TSMC를 향한 연이은 의혹의 배경을 두고서는 말이 무성하다. 미국의 TSMC 길들이기라는 시각도 있다.

관심은 TSMC의 경쟁자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지에 쏠린다. TSMC를 향한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 파운드리가 고객사 확보에 더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반사 이익은 크지 않겠지만, 삼성 파운드리가 수율 문제 등을 해결할 경우 반격의 실마리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잇단 '구설수' 맞은 TSMC

23일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중국 화웨이의 최신 AI 칩셋 '어센드 910B'에서 TSMC가 제조한 반도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테크인사이츠라는 미국 반도체 기술연구회사가 화웨이 칩을 분해해보니, TSMC 반도체가 들어 있었다는 내용이다. TSMC 측은 이같은 사실을 수주 전에 미국 정부에 통보했고,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AI 칩셋 제조에 TSMC의 관여 여부를 조사 중이다. TSMC는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포함한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화웨이 칩은 2019년에 만들어졌다. TSMC는 미국의 중국 수출규제가 본격화한 2020년 9월 이후 화웨이에 칩을 공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중간에 다른 구매자를 끼워넣는 식으로 2020년 9월 이후에도 TSMC에 칩 주문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샤오미가 조만간 3나노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양산을 할 예정인데, 이 AP 양산을 TSMC가 맡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샤오미, TSMC 관련 보도에 함구하고 있지만, 3나노 칩 파운드리를 할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선 TSMC 뿐이다.

샤오미는 화웨이와 달리 미국 정부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화웨이 칩 제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TSMC의 중국 기업과의 협업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TSMC와 관련한 잇단 의혹 제기에 대해 로이터는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통제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향후 미국 정부가 샤오미를 다시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든, 화웨이 칩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든 어떤 방법으로든 중국 제재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파운드리 절대 강자로 부상한 TSMC에 대한 미국의 견제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TSMC의 파운드리 팹을 추가로 미국에 짓도록 압박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얘기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은 "미국은 중국이 따라오는 것을 어떤 방법으로든 지연시키려는 목적이기에, 향후 더 강한 제재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사이익 누릴까

TSMC와 중국 기업간 거래 조사가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얻을 반사이익이 얼마나 될 지가 관심사다. 지난 수년간 업계에선 파운드리 수요 대비 TSMC의 생산 캐파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기업 칩 수주를 TSMC가 싹쓸이하고 있지만, 팹 부족으로 수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JP모건은 "TSMC의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패키징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며 "3나노 미세공정 역시 수요가 공급 물량을 계속 웃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현재 AI 반도체 칩의 공급부족은 엔비디아의 H100 공급부족에 기인하는데, H100은 TSMC의 4㎚ 공정에 CoWoS를 적용해 만들어진다"라며 "CoWoS 생산능력 제한이 AI 반도체 칩 공급부족의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로선 삼성 파운드리가 당장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가 중국 기업 간의 이슈가 있다해도 다른 기업들이 TSMC와 거래를 끊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삼성전자 등 경쟁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TSMC의 생산 여력 부족 현상이 삼성전자에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형준 단장은 "TSMC의 공급이 전체 수요를 못 따라 갈 것 같고,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TSMC에 끌려다니는 신세가 됐다"며 "빅테크들이 이중 공급체계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면 대안은 삼성전자 뿐"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는 3나노 등 미세 공정에서 TSMC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진 상황이기에, 이 기회를 잡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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