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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샤힌프로젝트’ 본궤도… 석화업계 ‘게임체인저’ 영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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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4. 10. 23. 17:56

에쓰오일 울산 건설 현장
40% 완료, 2026년 완공목표 순항 중
TC2C 적용… 친환경·가격 경쟁력 확보
"26년 회복 기대… 석화 비중 25% ↑"
"회사의 명운과 직결돼 있습니다. 꼭 성공해야 하는 프로젝트입니다.(박성훈 에쓰오일 공장지원부문장)"

지난해 3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기공식을 끝으로 베일에 쌓였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이 약 1년 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시작된 부지 정지 공사 작업이 마무리됐고 전체 EPC(설계·조달·시공) 공정 진행률은 40%에 도달했다고 한다. 2026년 6월인 완공이 순조롭다는 설명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총 사업비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투자 규모, 투입 인원 등 무엇 하나 '사상 최대'라는 타이틀이 빠지지 않는 사업이다. 그간 석유화학업계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신기술이 적용됐다. 원유에서 곧바로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다. 원유에서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분리한 후, 또다시 2차 다운스트림을 거쳐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의 방식을 갈아엎었다. 따라올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거란 관측이다. 완공 시 명실상부 종합에너지화학사로서 업계 게임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도 함께다.

비바람이 치던 지난 22일, 에쓰오일 울산공장에 위치한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이른 아침부터 빗방울이 계속 떨어지자 현장 업무는 올스톱. 현장 근무자조차 쉽게 볼 수 없었지만 가장 높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축 사업은 그야말로 '본궤도'에 올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현재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은 일일 4000여 명에 이른다. 내년 3분기 공사가 정점에 달하면 가동 인력은 1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전망대에 오르니 전체 26만평에 이르는 대지에 구축된 수많은 설비들이 한눈에 보였다. 가장 앞쪽 오른쪽에는 이미 스팀 크래커 핵심설비인 크래킹 히터 총 10기 중 8기가 자리를 잡았다. 샤힌 프로젝트의 스팀 크래커는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며,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현대건설의 이현영 Control Director는 "밀집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에서 제작해 가져오는 아이템이 많다. 크래킹 히터도 전남 영암에 있는 국내 플랜트 업체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해상으로 이송해 오는데 전체 모듈 설치 시, 최상단 67m에 이른다"며 "한 번에 올릴 수 없어 층층이 조립해 쌓아올린다. 현재 40m 정도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공사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눠진다. 먼저 패키지 1에선 스팀 크래커 및 TC2C 설비가 포함된다. 패키지2는 해안가에 인접한 폴리머 공장이다. 폴리머 공장에서는 에틸렌을 활용해 고부가가치의 폴리에틸렌을 생산한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에틸렌, 프로필렌이 저장되는 탱크가 지어진다. 실제로 멀찍이 산 아래 자리한 하얀 원형의 탱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팀크래커와 함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아직 건설되지 않은 TC2C 시설이다. TC2C 기술은 에쓰오일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원천 기술로, 아직 현장에 적용된 사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TC2C 기술은 원유 등의 원료를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신규 분리 및 촉매 기술을 적용해 정제하고,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나프타)의 수율을 7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신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쉽게 말해 타 기업와 달리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를 뽑아낼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해당 기술은 또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을 가져 탄소 배출에 민감한 정유화학업계에 새로운 대안이 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 샤힌 프로젝트의 경쟁력 있는 석유화학제품이 공급되면 기존 기업들도 경쟁을 위해 효율 개선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 시설들의 개선이나 대체를 유도해 업계 전반의 탄소 감축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노후화된 NCC 설비를 대체하게 된다면, 전체 에틸렌 생산 설비의 탄소배출량 측면에서는 배출량이 현격히 감소하는 나비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석유화학업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속되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수년째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완료 시점에 맞춰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새로운 기술을 통해 양적·질적 수준을 모두 높인 제품이 중국 시장에 대항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성훈 에쓰오일 공장지원부문장은 "최근 업계 경기가 좋지 않아 매우 챌린지한 상황이고 이번 프로젝트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중국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을 순 없지만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 예상대로라면 완공 시점에 맞춰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기존 10%에서 25%까지 늘릴 예정이다. 정제마진 등 외부 여건을 취약한 정유사의 한계를 넘어 안정적인 수익원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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