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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고육지책’…산업용 전기료 인상, 기업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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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림 기자

승인 : 2024. 10. 23. 12:56

산업용만 평균 9.7% 인상…1년만의 조정
대기업 월 900만원, 중소기업 월 8만원 수준
서민경제·한전 재무위기 해소 위한 결정
연간 5조원 가량 재무개선 가능 전망
형평성 논란도…"결국 물가 상승 초래할 것"
(24.10.23)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04
23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열린 '전기요금 인상' 기자간담회에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왼쪽부터)김동철 한국전력 사장과 함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올해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연간 5조원 가량의 한전 재무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의 재무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나름의 고육지책을 낸 셈이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정과제이기도 한 '원가주의'를 지키려면 주택용·일반용·농사용 등 원가회수율이 낮은 전기요금을 올려야 합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24일부터 산업용(갑·을) 전기요금(전력량요금)을 평균 9.7%, ㎾h당 16.1원 올린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5.2%(㎾h당 8.5원) 인상하고, 대기업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0.2%(㎾h당 16.9원) 올린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연간 4조6690억원 가량의 재무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전은 올 상반기 기준 누적적자 41조원, 누적부채 약 203조원에 달한다. 최남호 산업부 제2차관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대외적인 큰 변동이 없다면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재무구조도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대 최악의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형평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에도 정부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평균 ㎾h당 10.6원 가량 인상하고, 올해도 산업용(갑·을) 전기요금만 인상하는 결정을 내린 탓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 등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만을 결정했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부추겨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국내 산업계는 고물가·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에 놓였다"며 "전기요금 차등 인상으로 경영 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연속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고 있는데, 또 산업용 '갑'과 '을'의 요금 인상률도 차등적이다. 대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용 '을' 인상률이 더 높은 실정"이라며 "산업용 을 고객에는 국가기간 산업이 많이 포함돼 있다. 수출을 통해 외화와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쪽에만 부담을 주게 되면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전기요금 차등 인상 보다는 전체적인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80% 수준이며, 농사용 전기요금은 30% 가량의 낮은 원가회수율으로 알려져 있다. 유 교수는 "국정과제로도 '원가주의'를 밝히고 있는데, 오히려 원가회수율이 낮은 주택용·일반용·농사용 요금 조정을 해야 한다. 원가회수율이 낮은 곳을 올리는 게 합리적이다. 이미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회수율이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 차관은 "산업용 을 전기요금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전체 원가 비중에서 전력 요금 비중은 1.3~1.4% 수준"이라며 "가격이 반영되더라도 수출 물가이기 때문에 국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요금 인상 부담 여력이 있는 곳에서 부담해주는 것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 있어 좋을 것으로 본다. 과거에 한전과 가스공사가 부담했던 부분을 환원한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장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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