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출석 의무 없었어도 최악 참사 사과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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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21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대표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정식 재판과 달리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박 대표를 포함한 피고인 8명은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표 측 변호인은 이날 열람·등사 문제로 구체적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은 "검찰 열람실 사정으로 오는 30일부터 기록 등사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수사 기록을 아직 보지 않은 상황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엔 좀 부적절한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출한 자료는 약 3만50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도 열람 등사를 시작하기까지 거의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걸리는데 (아직도 등사가 시작되지 못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1심에서 구속 기한이 6개월인데, 한 달 정도가 날아가 버린다. 수원지검에서 물적, 인적 지원을 확보해서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검찰 측의 열람 등사 협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내달 25일 오전 10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16분만에 별다른 진전 없이 재판이 마무리되자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 측 변호인 하태승 변호사는 "검찰의 실무적인 사정이라고 하지만 아무런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끝났다"며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이날 피고인들이 출석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최악의 참사를 야기한 점에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을 느끼고 유족들에게 사과했어야 한다"며 "다음 공판에서는 적어도 피고인 측 대리인들이 23명 고인에 대해 '죄송하다'고 하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화재사고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는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 발열전지 선별작업 중단, 비숙련공 대거 투입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