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8% 찬성에도 구체적 논의 진전無
개인정보 침해·증인 참여 축소 우려도
법조계 "장기적으론 시스템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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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초동 법원에서는 세간의 관심을 끌 만한 재판 3개가 동시에 열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 1심 결심공판,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1심 결심공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분식회계 의혹' 2심 첫 재판이다. 이 중 이재명 대표 재판의 경우 밤 8시를 넘기면서까지 진행됐으나 일반 국민들은 언론보도를 통해서나마 일부 내용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우리와 달리 '알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은 워싱턴 D.C.와 연방대법원을 제외한 50개 주(州)에서 주요 재판 과정을 TV로 중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시민들은 법정에 가지 않고도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을 손쉽게 확인하곤 한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O.J. 심슨 사건 재판의 경우에는 한때 CNN 시청률보다 높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3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법원에서도 재판 TV 중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법원행정처는 오는 2025년 '법원방송(가칭)' 개국을 통해 1심 재판까지 생중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이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87.9%가 사회적으로 관심이 크거나 중요 사건의 재판을 매체를 통해 중계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국회 구성이 바뀌고 여러 정치 현안에 밀려 관련 논의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케이블TV 개국을 위한 예산 마련과 관련 절차를 밟는 데 1년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개국은 불가능한 셈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도 "(지난해 연구용역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법부 안팎에서의 의견도 엇갈린다. 재판 공개 확대를 통해 국민 알권리 충족이라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재판 참여자들의 인격권 및 개인정보 침해를 막기 위한 절차부터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O.J. 심슨 사건 재판의 경우에도 중계방송 이후 선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재판 내용이 왜곡 전파되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한 검찰 간부는 "자신의 재판이 TV로 중계되는 것을 좋아할 사건 관계자들이 얼마나 있겠나. 재판 증인신문에 나오는 것도 다들 꺼리게 될 것"이라며 "또 재판을 진행하는 검사와 판사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비판으로 이어져 재판 실무에도 차질이 빚을 것이 뻔하다. 시기상조로 본다"고 전했다.
반면 검사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헌법에서도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가 원칙이라고 천명하듯이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재판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검찰 수사와 재판부 선고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 사법부 불신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