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금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 위반 아냐"
손금 산입이란 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지만 세법상 세무회계에서는 인정해주는 것으로 그만큼 과세표준에서 제외돼 법인세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신한금융지주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2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신한은행은 2016년 한 제지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과정에 부당개입한 책임이 인정돼 손해배상금 150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손해배상금 207억원을 지급했고, 모회사인 신한금융은 당해년도 법인세 신고에 이 금액을 손금 산입했다.
세무당국은 그러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금의 경우 세법상 손금에 불산입해야 한다며 법인세를 경정·고지했고, 신한금융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신한은행이 지출한 손해배상금은 법인세법 19조 2항이 규정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급심은 동종 업체에 입찰 포기 대가로 지급한 담합사례금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손해배상금은 신한은행의 사업행위에 따라 통상적으로 지출된 비용으로 손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이 사건 손해배상금은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 따라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지급된 것으로서,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에서는 손해배상금을 지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담합사례금은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보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사안이 다르다"며 "어떠한 비용을 손금불산입 대상으로 규정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다. 법인세법은 특례규정에서 손금불산입 항목과 손금산입 항목을 열거하고 있는데, 손해배상금은 손금불산입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