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경고등 여전해 ‘가을 인하론’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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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의 길' 들어서려면 가계부채 난관 넘어야
한국은행은 19일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미국 통화정책의 피벗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향후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국내 경기와 물가,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표면적으로는 "통화정책 운용 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한 것과 달리 금리 인하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물가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지만, 집값 상승세와 맞물린 가계부채 증가세가 위험수위에 이르면서 인하 시점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 난관은 집값 상승과 맞물려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 4877억원으로 8월 말(725조 3642억원)보다 2조 1235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0조8388억원으로, 8월 말보다 2조1772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던 8월(8조9115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조건'인 물가는 안정세를 찾고 있다. 실제 8월 소비자물가지수(114.54) 상승률은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0%까지 하락했다.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상승률도 2.1%로, 전월(2.2%) 대비 하락했다.
◇금리인하 여건 조성 사활…"가계부채 관리 과감히 시행"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물가에 대한 진단도 "물가 안정"(7월)에서 "전반적 물가 안정"(8월), "물가 안정세 확대"(9월)로 기준금리 인하를 향한 '그린라이트'를 켜뒀다.
또 다른 변수인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을 멈췄다. 한때 1400원선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1330.1원까지 내려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지되며 역외 매도세와 함께 하락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내수 부양을 위해 가계부채 문제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가계대출은 9월부터 시행된 정책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또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을 계기로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며 "체감물가 안정에 힘쓰면서 저소득층·소상공인·건설 등 취약부문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범부처 투자활성화 추진체계를 본격 가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