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미 버블…통화정책 기다리며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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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잡혔는데 부동산 불씨 확산에 '딜레마'
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연준은 오는 17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연준의 움직임을 따라가야 하는 한국은행 입장에선 발걸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물가수준만 놓고 보면 금리인하의 길로 들어설 여건이 조성됐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둔화되면서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전날 'G20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집값 상승과 맞물려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보다 9조6259억원 늘었다.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는데도 가계빚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커지는 신중론…"집값 더 뛰면 금리인상도 고려"
이에 '금리인하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선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자칫 금리를 낮췄다가 집값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부동산은 이미 버블에 들어갔다"며 "통화정책이 '스탠바이'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국의 조치가 실제 시장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상승 모멘트가 더 거세지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조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유력하지만 금융안정을 논거로 인하 시점이 11월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흐름을 보면 기준금리의 급격한 조정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