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유발후 매수자 중독시켜
"범죄 조직·구성원 모두 처벌"
전문가 '강력한 공권력' 강조
28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방 운영자들은 초기에는 무료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점차 이미지를 정교하게 합성해 콘텐츠로 완성시킨 후 돈을 받고 팔며 회원수를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사범들이 초반에 대마나 각성제 등을 권유하며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매수자들을 중독시키듯이 딥페이크 저작물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과거 N번방 사건과 같이 텔레그램 단톡방 구성원들을 하나의 '범죄단체 구성원'으로 보고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범죄단체조직죄(형법 114조)는 '사형이나 무기징역·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경우' 해당되는데, 유죄로 인정되면 조직원 모두 목적한 범죄의 형량과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다.
앞서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의 경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한 혐의가 인정되면서 징역 4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N번방에서 활동한 다른 조직원들도 비교적 강한 처벌을 받았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처벌 수준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연 심앤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10대 등을 중심으로 SNS를 사용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그러다 보니 초상권에 대한 개념이 없어 올라온 사진을 바로 캡처하고 저장하는 것이 쉬워졌다. 또 누군가에게 전파를 시키는 것도 용이해져 범죄 양상도 점차 고도화됐다. 포토샵 기술도 발전하고 핸드폰 앱으로도 충분히 딥페이크 콘텐츠가 생성이 가능해 어떤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마음에 안 드는 누군가가 있다면 손쉽게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심 변호사는 이어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텔레그램이라는 사이트 자체가 워낙 추적이 안 되고 개인적으로 고소를 해도 피의자를 특정하는 것이 어려워 불송치되거나 고소를 반려하는 경우가 많다. N번방 사건처럼 하나의 범죄 단체 조직으로 지정하고 국가적으로도 텔레그램 플랫폼 자체에 대한 수사 방향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수사지침과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입법적 조항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제재법에 대한 논의는 있어왔지만 국회의 문턱은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지난달 4일 '고위험 인공지능에 대한 검·인증 등의 규제체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텔레그램 등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텔레그램에 대해 강제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수사공조 방법 등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텔레그램에서 가해자들이 활약하지 못하도록 공권력 등 강력한 시스템이 개입돼 재발방지를 해야 한다. N번방 사건 때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없고 입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정부가 심사숙고해 즉흥적인 방식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