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노조 파업 열기에 기름 들이부어
|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끝내고 복귀하는 조선사와 완성차 업계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는 등 산업 현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대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파업에 나서며 주요 산업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노란봉투법 빌미로 머리띠 질끈 "정치투쟁 병행"
특히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기세가 오른 노조는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단체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8·15 범국민대회'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권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정치투쟁도 병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산업 현장은 노조의 하투를 앞둔 '폭풍 전야'다. 우선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속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오는 28일 동반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사측과 교섭에서 '걸맞은 처우'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은 만큼 임금과 처우를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에선 10년만에 찾아온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도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어렵게 살려낸 시장이 차갑게 식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파업으로 선박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막대한 지연금과 신뢰도 추락까지 떠안아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변에선 최대 호황이라고 말하는데, 내부에선 노조가 조선소를 멈춰세울까봐 걱정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맏형의 '선한영향력'에도…車 '파업 관성' 못 버려
자동차업계에선 강성투쟁의 상징이던 현대차 노조가 사측과 6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현대모비스 부품 자회사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등의 파업이 이어지며 생산 차질을 빚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파업 청정지대'였던 반도체 업계도 최근 노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겪었고, 아직까지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향후 게릴라식 파업을 벌이고, 뜻을 같이하는 정치권과도 연대해 다시 머리띠를 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산업계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노조의 파업이 수시로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면, 양대노총과 산하 노조가 이를 빌미로 대대적인 파업을 벌이고 산업전반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을 우선 생각해 달라"고 읍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