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 7.05%
"단순 '숫자 채우기' 아닌 지원책 병행해야"
# "친구들이 없으면 한국어 설명을 아예 읽지 못해 답답해요." 지난해 한국에 온 왕정씨(21)는 아직 한국에서 '홀로서기'가 두렵다. 친구들을 따라 한국행을 결심한 그는 간단한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목표한 공부를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왕씨는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들어도 실생활에서 쓰이는 표현과 수준 격차가 크고, 한국어를 모르니 공부가 무척 어렵다"고 토로했다.
#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파린다씨(24)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어를 배워 고국인 태국에서 학원을 열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홀로 한국어를 공부해 시험까지 치렀지만, 정작 수업에선 교수의 말이 너무 빨라 당혹감을 느꼈다. 파린다씨는 "말이 너무 빠르고 어려워 수업 내용을 녹음하고 집에서 다시 듣는 식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어 습득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에 중간에 학업을 포기한 유학생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수강을 위한 최소한의 언어 능력을 충족한 유학생 수도 절반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어 이들의 질적 성장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8만1842명로 2022년(16만6892명) 대비 1만4950명(8.96%)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후 외국인 유학생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끝까지 학업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는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서동용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국내 4년제 종합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중 대학에서 요구하는 언어능력(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 혹은 토플 530점 이상)을 갖춘 학생 비율은 △2021년 47.3% △2022년 47.8% △2023년 47.4% 등으로 지난 3년간 50%를 넘지 못했다. 한국어능력시험 4급은 뉴스와 신문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수준이다. 내용이 어려운 대학 수업을 이해하려면 이보다 높은 수준이 요구됨에도 외국인 유학생 두 명 중 한 명은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대학을 떠나는 외국인 유학생 수도 크게 늘었다. 일반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탈락률은 지난 2019년 4.74%에서 지난해 7.05%로 뛰었다. 중도탈락률은 전체 학생 중에서 도중에 학업을 중단한 학생의 비율을 뜻한다. 5년간 재적 유학생은 10만 명대 규모를 횡보했지만, 같은 기간 중도탈락 학생 수는 4770명에서 7450명으로 2680명 증가했다.
앞서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수를 30만 명 규모로 확대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대학이 단순히 숫자만 채울 것이 아니라 유학생의 만족도와 성과 측면을 고려해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입국한 유학생에 대해선 한국어 교육을 필수로 진행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학생 유치가 단순히 '숫자 채우기'가 돼선 안 되고, 위장 취업 등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성과 채우기에 대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가의 부담이자 책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박 교수는 "대학 차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사전에 고지하고, 입학한 유학생도 수준에 맞게 한 학기는 필수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