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액·투자 감소…내수부진 판단 9개월째
수출 양호한 흐름이지만 美경기침체 우려에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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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비스업생산이 낮은 증가세에 머무르고 건설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의 내수 둔화·부진 진단은 작년 12월부터 9개월째다.
실제로 6월 소매판매(-3.6%)는 승용차(-21.4%)가 기저효과로 대폭 감소한 가운데 의복(-4.6%)과 음식료품(-2.8%)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3.7%), 숙박·음식점업(-1.2%) 등의 부진으로 1년 전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쳤다. 건설투자도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는 등 부진한 흐름이 지속됐다.
반면 수출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다. KDI는 "세계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반도체 업황도 호조세를 지속하면서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액은 574억9000만 달러(약 79조 2212억원)로 1년 전보다 13.9% 증가했다. 작년 10월부터 10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9개월 연속 증가하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112억 달러로 전년보다 50.4% 증가했다.
문제는 미국에서 불어온 경기 침체 우려로 향후 수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미(美) 수출은 자동차·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 가까이 불어났다. 7월 대미수출은 102억 달러로, 역대 7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12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대 실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기가 냉각되면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테크업종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한 데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
KDI도 "미국경제는 내수 중심의 강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일부 나타나며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