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가짜 고춧가루’ 100억 판매한 11곳 적발… 1명 구속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25010015994

글자크기

닫기

한제윤 기자

승인 : 2024. 07. 25. 13:19

미신고 중국산 다대기 섞은 가짜 고춧가루
일반 소비자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전량 폐기 명령에 허위 보고까지 한 업체
압수된 가짜 고춧가루<YONHAP NO-2730>
25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약처 수사관이 중국산 다대기와 고추씨 분말을 혼합한 향신료조제품을 건고추 100%의 고춧가루 등으로 속여 판매한 업자들에게서 압수한 가짜 고춧가루와 습다대기, 고추씨 등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
고춧가루와 중국산 다대기, 고추씨 분말을 혼합한 향신료조제품을 건고추 100%의 고춧가루인 것처럼 속여 100억원 상당의 판매 수익을 낸 업체와 대표가 적발됐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위생법 및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1개 업체와 대표 등 1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 1명은 구속됐다.

식약처가 고시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고춧가루 제조시 '고추에 포함된 고추씨 외 다른 물질'은 첨가할 수 없다.

이날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시중에 정상적으로 판매되는 고춧가루 제품과의 비교 시연이 있기도 했다. 확인 결과 정상 고춧가루는 옅은 색인 반면, 문제가 된 고춧가루에는 양파나 무, 당근 등 재료가 섞여 더 진한 색을 띄고 있었다. 김영춘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수사관은 "건고추만 100% 빻았을 때는 고춧가루 수거 검사에서 고추 외에 다른 성분이나 식물 유전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고춧가루에서 제일 선호하는 색은 밝은색으로, 검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향신료조제품을 고춧가루로 속여 판매한 A업체를 적발한 후 유사한 불법 행위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저가로 판매되는 고춧가루를 조사해 10개 업체를 추가 적발했다.

고춧가루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약처 수사관이 중국산 다대기와 고추씨 분말을 혼합한 향신료조제품을 건고추 100%의 고춧가루 등으로 속여 판매한 업자들에게서 압수한 가짜 고춧가루와 정상 시중 판매된 고춧가루를 비교했다. 노란색 동그라미 친 고춧가루가 문제가 된 고춧가루로, 어두운 색을 띄고 있다. /사진=한제윤 기자
◇ 치솟은 고추 가격… 경제이득 취하려 눈속임
총 40개 업체에서 45건의 제품 조사 결과 10개 업체의 12건 제품에서 양파, 무, 마늘 유전자가 검출됐다. 그 중 A업체는 2021년 6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비싼 고추 대신 저가의 중국산 다대기와 고추씨 분말을 섞어 가짜 고춧가루를 만든 후 제품에 '고춧가루', '건고추 100%' 등 허위 표시를 했다. A업체는 이 기간 동안 약 557톤의 고춧가루를 판매해 8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조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고춧가루의 평균 시중 판매가는 1만~1만2000원이다. 적발된 다대기 고춧가루의 경우 중국산은 8000~9000원에 판매됐기 때문에 정상가의 약 75~80% 수준"이라며 "특히 국산 고춧가루는 ㎏당 2만5000원에 거래되는 게 평균인데, A업체의 다대기 고춧가루는 1만9000~2만원 수준으로 판매했다. 정상가의 76~80%로 거래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적발된 10개 업체도 지난해 국내외 건고추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업체와 같은 방법으로 가짜 고춧가루를 제조해 284톤, 23억원 상당을 판매했다.

◇ "무신고, 농약성분, 눈속임, 허위 보고"
A업체가 문제가 된 것은 수입 신고하지 않은 중국산 압축 건고추를 일명 '보따리상'을 통해 매집해 사용했으며, 검사 결과 국내에서 고추에 사용할 수 없는 식물생장촉진용 농약인 클로르메쾃이 기준치의 2배 가량 검출됐기 때문이다. 또 교묘하게 재료를 섞어 일반 소비자를 속였고, 급기야 폐기 명령에는 허위 보고까지 했다.

보따리상은 식약처에 수입신고하지 않은 제품을 여행자 수화물로 반입해 검사받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식물생장촉진용 농약은 안전성에 위해도 자체는 높지 않은 성분 중 하나라는 게 식약처 측 설명이다. 중국에서 신고하지 않은 제품을 갖고 들어온 게 더 큰 문제가 된 셈이다.

일반 소비자가 육안으로 고춧가루의 재료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김 조사단장은 "문제가 된 고춧가루에 들어간 습다대기 자체만 놓고 보면 양파 등이 섞인 게 보이지만, 고추씨와 섞어버리면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고추씨 분말을 10~15% 썼다고 보면 되는데 그날 작업에 따라 업자들이 10%를 넣을 건지, 15%를 넣을 건지 결정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A업체가 수사 받는 중에 폐기명령 받은 중국산 압축 건고추 1.4톤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관할관청에 폐기한 것처럼 허위보고한 뒤 폐기업자에게 350만원을 주고 빼돌린 사실까지 추적해 재차 전량 폐기 조치 했다고 밝혔다. 불법에 휘말린 폐기업자의 경우에도 검찰에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에 식약처에서 적발한 고춧가루는 대부분 식자재 마트와 가공업소,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업체에 직접적으로 항의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
한제윤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