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측 혐의 부인 "사실 밝혀지면 美정부 실수 분명"
|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이 확인한 기소장에 따르면 테리는 CIA를 떠난 지 5년 후인 2013년 6월부터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외교관으로 위장한 정보요원과 접촉해오며 미국법상 요구되는 외국 대리인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약 10년간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대가로 명품 핸드백, 의류와 현금을 제공받았다.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상 미국 거주자가 외국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해당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다만 공직자는 외국을 위해 일할 수 없다.
현지 검찰은 테리의 일이 더 위험해질수록 보상은 더 커졌다고 했다. 2950달러(약 400만원)짜리 보테가 베네타 가방으로 시작해 루이비통 핸드백, 2845달러(약 390만원) 상당의 돌체앤가바나 코트를 받았고 미슐랭 별점을 받은 초밥집에서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했으며 최소 3만7000달러(약 5100만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봤다.
기소장에서 테리는 지난해 6월 미 연방수사국(FBI)과의 자발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한국 국정원(NIS)의 정보원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2008년 한국 국정원과의 접촉이 문제가 있다는 CIA의 우려 때문에 사임했다고 인정하면서 해고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테리의 법률대리인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독립성과 수년간 미국에 대한 봉사로 유명한 학자이자 뉴스 분석가의 작업을 왜곡했다"며 "테리는 10년 넘게 보안 허가를 받지 않았고 한반도 문제에 관한 견해는 수년간 일관돼왔다"고 반박했다. 또 "기소장에서 (검찰은)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테리는 그 기간에 한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며 "사실이 밝혀지면 미국정부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현지 검찰의 기소장에 담긴 사진에는 테리가 뉴욕 맨해튼 고급 식당에서 국정원 간부 2명과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구매한 국정원 요원이 테리와 함께 거리를 걷고 있다.
미국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에 한국 정보기관이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어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난 테리는 유년 시절 미국으로 이민해 하와이, 버지니아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다. 뉴욕대 정치학 학사, 터프츠대 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 국제관계학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2001~2008년 미국 CIA에서 분석관으로 근무했다.
2008~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을 지냈고 2009~2010년에는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동아시아 담당 분석관으로 일했다. 2010년 공직에서 퇴임한 그는 2017~2021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2021~2023년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현대차-국제교류재단(KF)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 국장을 맡았고 올해 3월에는 CFR 선임연구원으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북한 주민들의 탈북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가 각종 영화상을 받으면서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한 테리 역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