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실손보험은 과잉진료를 유발한다. 누구도 이견이 없겠다. 실제 도수치료·백내장에 이어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 열풍이 불면서 논란이 됐다. 이처럼 실손보험을 이용해 몇 년 동안 재미 본 뒤 문제가 불거지면 슬며시 다른 치료로 갈아타는, 특정 질환과 특정 치료가 뜨고 지는 행태는 실손보험 제도 개선 없이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실손보험은 의료전달체계를 흔들고 있다. 일반의원을 가든 상급종합병원을 가든 실손보험 이용 시 환자 부담 금액은 동일하다.
비급여진료뿐 아니라 급여진료도 본인부담금 1만원을 제외하고 보장하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더 큰 병원을 찾는 게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1차의료부터 3차의료까지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를 실손보험이 뜻하지 않게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의료개혁을 통해 이 같은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노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자칫 국민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보기에는 보험사만 좋은 일일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실손보험 개선 필요성은, 국민이 낸 보험료가 제대로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이지, 보험사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가 아님은 자명하다. 보험사만 좋은 일 되지 않게 하려면, 무조건적으로 혜택을 줄이기보다는 줄일 건 줄이되 현재 실손보험에서 제외돼 있는 치료 중 국민 의료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필요한 것을 과감히 넣는 '균형'이 필요하다.
일례로 지난 2009년 '해당 한방진료가 치료 목적인지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실손보험에서 제외된 한방물리치료·약침·한약 등 한방비급여진료의 포함을 고려할 수 있겠다.
한방진료의 실손보험 제외 이후 엄혹한 시절을 보내야 했던 한의계는 지난 10년간 한의표준임상진료 지침을 개발해 수십 개의 질환에 따른 과학적·한의학적 치료방법을 정리했다. 표준임상진료지침상의 해당 질환에 대한 비급여진료만이라도 실손보험에서 인정한다면 국민 의료선택권 확대는 물론, 정부·보험업계가 걱정하는 치료목적의 불분명함에 대한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2014년 한의계의 근거중심으로의 변화를 인정하고 실손보험에서 치료목적이 명확한 한방진료는 다시 실손보험에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변화는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올 4월부터 '첩약건강보험 2차 시범사업'을 통해 기존 3개 질환 외에도 디스크·소화불량·알레르기비염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첩약 건강보험의 경우도 표준임상지침에 근거하고 있다. 그동안 비급여가 당연했고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던 한약까지 일부 건강보험 급여화 사업이 시행되는 만큼, 이번 실손보험 개선 과정에서 비급여 한방진료가 포함된다면 보험사만 좋은 일도 아니고 국민 의료선택권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나 싶다.
현재 의과는 새로운 술기나 갑자기 시술 건수가 늘어난 치료에 대해서는 해당 치료방법의 실손보험 포함 여부를 전문가 협의를 통해 조율하고 있다. 한의계도 비급여 한방진료의 실손보험 재포함을 위해 이를 참고할 만하다. 한방 진료가 객관적인 과학적 기준과 전문가들의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 한의사 이익이 아닌 국민 의료선택권 보장이라는 대의명분하에 이뤄진다면, 실손보험에 다시 포함되지 못할 이유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