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자니 물가 불확실성 여전…가계부채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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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8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수와 관련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KDI의 내수 둔화·부진 진단은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주요 경제지표들은 내수 부진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5월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줄며 전월(-2.2%)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서비스업 생산 중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1.4%)과 숙박·음식점업(-0.9%)도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설비투자 역시 고금리 기조 등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됐다. 5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1년 전보다 5.1% 급감했다. KDI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관련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며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5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부문의 부진으로 전월(-0.1%)보다 낮은 -3.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내수가 반등하려면 금리 인하가 선결 조건이지만 물가가 여전히 부담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2%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기준금리를 낮출 만큼 안정됐다고 확신할 수 없는 탓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반적으로 둔화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움직임, 기상여건, 공공요금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치솟는 가계부채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이유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일 기준 710조75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나흘 만에 2조1835억원이 늘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추세가 그대로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작년 대비 5%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계속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