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보수파 후보와 7월 5일 결선투표
투표율 역대 최저·100표 이상 무효
AP "광범위한 환멸 징후"
3위 후보, 2위 후보 지지...투표율 상승시 승부 예측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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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와 함께 역대 최저인 투표율은 대부분의 이란 유권자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을 통치해 온 신정(神政)정치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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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역대 최저 40%·100표 이상 무효 처리...AP "대중의 광범위한 환멸 징후"
29일(현지시간) 이란 내무부와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선거의 개표가 잠정 완료된 결과,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가 1041만5991표(42.5%)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 4명 중 유일하게 개혁파로 분류된다.
사이드 잘릴리(59) 후보가 947만3298표(38.6%)로 2위에 올랐고,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예측됐던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63) 후보는 338만3340표(13.8%)를 얻는 데 그쳤다.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64) 후보는 20만6397표(0.8%)였다.
어느 후보도 과반을 얻지 못해 페제시키안 후보와 사실상 보수 단일후보가 된 잘릴리 후보가 다음달 5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번 선거는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헬기 추락사고로 숨지면서 이뤄졌다.
이란 국영방송은 총유권자가 6145만여명, 총투표수가 2453만여표로 투표율이 40.3%라고 보도했다. 이는 이슬람혁명으로 이슬람 공화국이 세워진 이래 역대 대선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직전 2021년 대선의 48.8%보다 약 9%포인트 수치다. 총선 투표율로는 사상 최저였던 지난 3월 총선의 40.6%에도 못 미친다.
AP통신은 "이번 투표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환멸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투표 결과에 따르면 100만표 이상이 무효 처리됐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투표를 해야 할 의무는 있다고 느끼면서도 어느 후보도 선택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FAZ)는 대부분의 이란인이 선거를 보이콧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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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제시키안 후보는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마즐리스(의회) 5선 의원이다. 이번이 3번째 대선 도전이며 헌법수호위원회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해 선거전을 치른 것은 처음이다. AP에 따르면 이슬람혁명 후 여성과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는 후보들은 출마할 수 없다.
그는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제재 완화, 히잡 착용 여부에 대한 단속 합리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표심을 끌었다.
2위 잘릴리 후보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충성파'로 평가받는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대선 출마는 이번이 3번째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 혁명수비대 일원으로 참전했다가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 '살아있는 순교자'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로 서방과 협상하면서 강경한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정치학 박사학위 논문이 '쿠란에 나타난 이슬람 정치사상의 기초'로 이슬람 원리주의 교리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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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란 선거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감시기구의 감독 없이 치러지고 있어 공정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도 개혁파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투표 불참이나 '무효표'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올 경우 승부는 예측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