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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승리로 간신히 한숨 돌린 민 대표는 하이브의 의표를 찔렀을지도 모를 카드 공개로 '대인배'로의 변신을 시도하며, 뉴진스와 뉴진스의 가족들 그리고 팬들의 지지를 계속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고립무원의 처지를 앞으로 어떻게 견뎌낼지다.
앞서 하이브는 민 대표가 종전을 제의하기 전 어도어의 임시주총을 열어 기존의 이사 2명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 3명을 앉혔다. 선임된 이사들은 모두 '하이브의 사람들'로, 민 대표를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한 포위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이브가 파견한 선발대이자 소방수이기도 한 신임 이사들은 뒤숭숭한 어도어 내부를 다독이는 한편, 소속 가수 뉴진스와 관련된 민 대표의 경영과 프로듀싱 행위 전반에 이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곡 선정부터 콘서트 투어 계획까지 민 대표 혼자 처리해 오던 주요 과정들에 사사건건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의 경력과 첫 기자회견에서의 모습으로 알 수 있듯이 고집 센 크리에이터에 가까운 민 대표가 좋게 보면 신임 이사들의 대안 권유, 나쁘게 보면 잦은 간섭을 과연 얼마만큼 언제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갑갑하기는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민 대표가 내민 손을 잡자니 분이 안 풀리고, 안 잡자니 '속 좁은 골리앗'으로 보일지 몰라 고심중일 것이다. 그럼에도 민 대표의 축출을 계속 시도할 것으로 관측되는 첫 번째 이유는 2주전 법원에 제출됐던 방시혁 의장의 탄원서에서 찾을 수 있다.
방 의장은 탄원서에서 민 대표의 의도와 행위를 시스템, 넓게는 K팝 산업 전체를 훼손하는 '악의'와 '악행'으로 각각 규정했다. 상대를 향한 적개심과 강한 처벌 의지가 없다면 구사하기 어려운 수위의 표현이다. 민 대표를 바라보는 방 의장의 시각이 확신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확신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이와 함께 1차전 승리를 내주면서 업계 1위의 자존심을 구긴 방 의장으로서는 만회의 기회가 절실한데다, '한 번 배신하면 또 배신한다'는 속설을 무시하기 어려우므로 민 대표에 대한 불신을 쉽게 거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신곡 '버블검'과 '하우 스위트'가 내리 히트하며 롱런의 기반이 어느정도 닦인 지금부터는 민 대표 없이도 뉴진스를 이끌고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을 법하다.
물론 극적인 '화해의 한마당'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각자가 한 발씩 물러나 다시 힘을 합치는 광경이 아름답게 연출될 수 있다. 하지만 양쪽이 마음을 완전히 고쳐먹지 않는 한, 밀어내기와 버티기를 둘러싼 수 십개의 '경우의 수'는 여전히 물 밑에서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강산이 두 번하고도 세 번 가까이 달라지는 동안 취재해 왔지만, 아직도 알다가도 모를 연예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