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영 금융증권부 기자 |
다음 달 예정인 상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신상필벌'을 적용한 수시 인사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취임 2년차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민영화의 잔재처럼 남아있는 우리은행의 느슨한 조직문화를 뜯어고치고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 실적 부진을 이유로 후선 배치된 전 글로벌그룹장의 문책성 인사는 '임종룡식 인사'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해당 그룹장은 작년 12월 정기인사 때 연임에 성공했지만, 3개월 만에 후선으로 배치되며 은행 내부에서도 큰 충격을 줬다고 합니다. 우리은행 역사상 임원급의 문책성 인사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글로벌 실적 하락이었습니다. 특히 글로벌그룹을 맡은 지 2년이 넘어가는데도 불구, 2030년까지 은행 전체 순이익 중 25%를 해외에서 벌어오겠다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입니다. 실제 작년 말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순이익 하락폭이 가장 컸습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 최근 조병규 은행장도 글로벌 임직원들에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전해집니다.
해당 인사가 있기 전,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도 교체되었습니다. 해당 대표는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1년도 안 돼 교체되었는데요. 이 또한 임 회장이 단행한 문책성 인사였지만 외부 인사였던 데다가 CEO(최고경영자)급 교체였기 때문에 은행 임직원들이 느끼는 여파가 작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2주도 안돼 글로벌그룹장의 좌천 인사가 나오면서 은행 임직원들의 군기가 바짝 잡힌 모습입니다. 실제 해당 인사가 나온 다음 날,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의 여자 농구대회가 있었는데요. 참석했던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대회 응원보다 전날 있었던 문책성 인사로 인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농구대회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전날 글로벌그룹 임원에 대한 제재성 인사 때문에 직원들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면서 "이날 농구대회가 우승하지 못했더라면 더 암울했을 것"이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같은 쇄신성 인사가 가능한 이유는 임 회장이 외부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내부에서 상업과 한일은행 등 어느 은행 출신이냐에 따라 배분 인사를 진행해 왔는데요. 정통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출신은행이나 파벌 등에 있어서 자유롭기 때문에 쇄신성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임종룡식 인사'로 우리은행 내부의 긴장감은 확실히 커진 모습인데요. 이런 긴장감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올해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중 '순이익 1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