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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1.3% '깜짝 성장'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는 지표다. 현재와 미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보조 지표들도 3월 들어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면서 향후 경기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는 109.5로 전분기보다 -0.5%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지수가 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22년 4분기(-4.9%) 이후 5분기 만이다. 제조업 불황이 이어졌던 지난해에도 제조업 생산은 1분기 0.3%, 2분기 3.0%, 3분기 1.3%, 4분기 2.2%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 역시 1분기 0.3%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생산 증가 흐름이 3분기 만에 꺾인 것이다.
제품 출하지수와 재고지수 등 지표의 흐름도 반전됐다. 1분기 제조업 생산자 제품 출하 지수는 전분기보다 3.0% 줄어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생산자 제품 재고 지수 또한 전분기보다 1.2% 늘며 증가 전환했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도 1분기 0.2% 줄어들며 감소 전환했다. 비내구재(0.3%)와 준내구재(0.8%)의 소비는 늘었지만, 내구재(-2.2%) 소비가 감소했다.
설비투자 역시 1분기 1.2% 감소했다. 기계류(-0.4%)와 운송장비(-3.7%) 모두 투자가 전분기보다 줄었다.
이 같은 지표는 앞서 발표된 한국은행의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에서 나타난 1.3% '깜짝 성장' 흐름과도 온도 차가 있다. 특히 한은 속보치에서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던 제조업 생산은 통계청 조사에서 0.5% 감소로 조사되는 등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조사와 통계청의 조사는 조사 방식이나 대상, 시점 등이 달라 지표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GDP 수치 발표 당시 반영되지 않았던 3월 속보치 변동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통계청 조사보다는 한은 GDP를 중심으로 보는 게 맞다"며 "제조업의 경우 3월에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향후에도 수출 중심의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보조지표 역시 3월 조사에서는 경기 회복 전망과 어긋나는 흐름을 보였다.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확산 지수는 3월 38.2를 기록하며 지난해 7월(38.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72개 광공업 업종 중 생산이 늘거나 같은 업종은 28개에 그쳤지만, 생산이 감소한 업종은 44개에 달했다.
국내 기계 수주(계절조정)도 전월보다 18.7% 감소했고, 건설 수주도 전월보다 20.8% 줄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 99.6으로 전월보다 0.3 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7월 기준치인 100.0을 기록한 이후 8개월 연속으로 100 아래 머무르며 등락을 거듭하는 흐름이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3월 100.3을 기록해 전월보다 0.2p 내렸다.
두 지표가 동반 하락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주요 지표 곳곳에서 정부 전망과 어긋나는 '적신호' 들이 나타난 만큼, 향후 경기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