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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류승완 감독)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2020년 '내가 죽던 날' 이후 약 3년만이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 감독이 '모가디슈'(2021)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김혜수와 염정아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 투톱 영화다.
김혜수는 극중 성공을 꿈꾸며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을 맡았다. 열 네 살부터 식모살이를 시작한 조춘자는 엄진숙(염정아)을 만나 가족처럼 지내는 인물이다. 해녀 무리들과 밀수를 하다 세관에 적발되자 홀로 도망쳤고, 몇 년 후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의 협박을 받고 다시 군천으로 돌아와 진숙과 재회한다. 이 과정에서 김혜수는 1970년대의 레트로 분위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조춘자를 입체감 있게 그려냈다.
올해로 데뷔 38년차가 됐지만 '밀수'는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해 준 작품이다. 고된 수중 촬영과 액션은 물론 팀워크가 돋보이는 연기를 많이 담아냈다. 앞서 수 많은 작품들을 해왔지만 이번 영화처럼 배우·스태프 모두가 일체감을 느꼈던 현장은 처음이었다.
"1970년대·해녀·밀수라는 영화적 요소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개인적인 흥미로 시작했는데 현장에서는 제가 경험한 것들이 굉장히 농후하게 느껴졌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팀원으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동 목표를 갖고 함께하는데 팀원으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어요. 이번 현장에서는 '협업'이라는 것, 팀원으로서 저의 정체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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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가 느낀 춘자의 키워드는 '생존'이었다. 가족 없이 떠돌이로 전전하다 군천이라는 작은 바닷가 도시에 발을 붙이게 됐고 엄 선장의 딸이자 엄진숙이라는 품이 넓은 또래 친구를 만나 그 집에서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지만 삶을 의탁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춘자가 살아가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생존과 관계된 자기 스스로 무장하고 살아남는 방편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렇기에 춘자를 향한 애정은 남달랐고, 이야기를 전하는 김혜수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해녀 역할이라 수중에서 촬영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배우들은 촬영 3개월 전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처음 도전에는 수중 액션에 대한 설렘도 있었지만 고충은 있었다. 앞서 영화 '도둑들'에서 수중 촬영을 통해 경험한 공황으로 인해 '밀수'에서도 진행될 수중 촬영이 걱정됐다. 하지만 함께 해녀로 호흡을 맞춘 염정아, 박준면·김재화·박경혜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고, 어느 순간 물 속을 자유롭게 즐기며 촬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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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베테랑' 김혜수도 '밀수'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기적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어떤 의미였을까.
"(연기적 한계는)매번 느껴요. 예전에는 몰라서 준비가 안 돼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준비가 안 되면 안 된다는 걸 아는 거에요. 그렇게 준비를 제대로 하고 현장에서는 다 버리고 다시 해요. 그 공간에서 파트너와 함께 하는게 진짜거든요. 그 순간 그 공간에서 그 사람과 느끼는 감정이 진짜고 제가 준비한 것과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장면이 완성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를 보면 '왜 이렇게 가짜 같지?'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저희는 분 단위로 계속 확인해야 하는 게 일이에요.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 모니터를 안 보는 배우들도 있는데 저는 봐요. 괴롭고 끝까지 안 되면 눈물이 나는데 또 해야 해요. 그런 마음들이 교차하고 또 다잡고 해요. 배우는 드러나는 일이지만 연출자도 마찬가지에요."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저 자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나를 제대로 보고 인정하고 그러면서 또 방법을 찾자' '너무 괴롭히지 말자'는 생각이요.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진 않지만 이번 '밀수' 현장에서는 일부러 잊어버린 것도 아닌데 그것을 압도하는 팀원들과의 일체감, 팀워크가 주는 힘이 저를 행복하게 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