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재벌집 후계자들] 초고속 승진 농심 신상열,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710010005197

글자크기

닫기

김지혜 기자

승인 : 2023. 07. 11. 06:00

1993년생 최연소 임원 입지 강화
신사업 등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원재료값 폭등 속 위기관리 숙제
지분 확보 위한 재원 마련도 필수
basic_2021
basic_2021
농심은 장자승계의 원칙에 따라 일찌감치 승계구도가 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故) 신춘호 명예회장이 장남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을 20대에 후계자로 낙점하고 경영에 참여시켰듯 신동원 회장은 유일한 아들인 신상열 농심 상무를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자마자 2019년부터 농심에 입사시켰다.

신 상무는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했지만 대리, 부장을 거쳐 2년 만인 2021년 구매담당 상무로 임원에 올랐다. 당시 나이 28세로 최연소 임원이자 농심 역사상 20대 임원은 최초다. 재계 오너일가 중에서도 20대에 임원을 다는 경우는 드물다. '농심장손'이란 프리패스로 초고속 승진했지만 상무 2년차를 맞은 올해는 경영능력으로 후계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조부인 고 신춘호 명예회장이 롯데에서 독립해 농심이란 라면회사를 설립했고, 부친인 신동원 회장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농심의 세계화에 공헌했다면 신 상무는 농심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 상무의 역할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구매실장이라는 그룹 내에서 맡은 신 상무의 역할 때문이다. 구매 담당은 원재료 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기존 협력 업체를 관리하고 가격 인상 요인을 방어해야 하는 자리다. 식품회사에서 원자재 수급 관리가 곧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중요한 요직 중 하나다.
라면의 매출 비중이 약 80%를 차지하는 농심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 환경, 환율 등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서 직격타를 맞았다.

신 상무가 구매실장 상무로 오른 2021년 대비 지난해 농심의 매출이 3조1291억원, 영업이익 1122억원으로 각각 17.5%, 5.7% 올랐지만, 2021년 8월과 지난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던 만큼 순수한 실적개선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떨어졌다. 2020년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6.07%였지만 2021년 3.99%, 2022년 3.58%로 계속해서 내리막이다.

계속해서 오르는 매출원가의 영향이 크다. 2021년 전년 대비 2.3%밖에 안 올랐던 농심의 매출원가는 지난해 20.8%로 급등했다. 올 1분기도 596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4%가 올랐다. 구매담당으로서 신 상무의 책임론이 커지는 이유다.

물론 라면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이다 보니 소맥분, 팜유 등 특정 원자재에 취약한 문제점도 있다. 안정적 경영을 위해서는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신 상무는 상무 취임 후 지난해 10월에 파리 국제식품박람회를 찾아 대체육을 비롯한 비건(채식) 식품을 유심히 살피며 글로벌 식품 트렌드를 파악한 바 있다. 농심은 라면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비건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20년에는 건강기능식품 '라이필 더미 콜라겐'과 '라이필 바이탈 락토' 등을 출시하며 건기식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신사업은 후계자들의 경영능력 입증에 있어 훌륭한 발판이 될 수 있는 만큼 신 상무는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분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 현재 신 상무는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의 지분 1.41%와 조부 신춘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농심 주식 2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홀딩스, 율촌재단에 이어 지분율 3.29%로 농심 3대 주주다. 이미 만만치 않은 상속세로 주식담보대출과 배당금을 늘리고 있지만 이후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은 필수다.

재계 관계자는 "고 신춘호 명예회장이 농심 지분 35만주 중 20만주를 아들이 아닌 장손인 신상열 상무에게 상속했다는 점에서 이미 농심의 후계구도는 정해졌다고 봐도 된다"면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신상열 상무의 경영능력 입증과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마련"이라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