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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하경 여행기’ 이종필 감독 “이나영 연기로 맑은 카타르시스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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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3. 06. 19. 12:25

이종필 감독
이종필 감독/제공=웨이브·더램프
"창작자로서 이 작업을 끝낼 때 (영화의)키워즈는 '맑은 카타르시스다'라고 생각했어요. 살아가는게 비극이라면 여행은 맑은 카타르시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로 돌아왔다. 이 감독의 첫 드라마 작품이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배우 이나영이 함께 했다.

'박하경 여행기'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사라져 버리고 싶은 순간 딱 하루 여행을 떠나 걷고, 먹고, 멍때리며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박하경의 이야기를 로드무비 형식으로 보여준다.

'토요일 딱 하루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 독특하면서 즐거운 관전 포인트다. 평범한 국어선생님 박하경이 월요일부터 금요일을 보내고, 토요일 하루 계획 없이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고 평범했던 하루가 특별해지는 경험을 한다.
드라마라는 장르의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8편으로 구성된 에피소드는 마치 각각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이유는 선우정아·서현우·구교환·한예리·박인환·길해연·박세완·심은경·조현철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해 이나영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서다.

"상업영화만 해오던 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작업은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죠. 주변에서 연출하는 친구나 입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살짝 보여줬을 때 '이런 거 해도 돼?'라는 분위기였어요. 왜냐하면 소위 투자받기 위해서는 더 강하고 큰 악당이 있어야 하고, 어떻게 한 명이라도 더 죽이지라는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박하경 여행기'처럼)재밌고 소소한 이야기를 보고 싶었는데 상업영화였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서 이 작업을 하는게 너무 즐거웠어요."

시청자들은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장되게)만들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했고 뻔하고 지루한 개인들의 삶일지라도 많은 감정들을 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에피소드의 구성만은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박하경 여행기
'박하경 여행기'/제공=웨이브·더램프
박하경 여행기
'박하경 여행기'/제공=웨이브·더램프
박하경 여행기
'박하경 여행기'/제공=웨이브·더램프
"큰 사건이 등장하지 않아 제가 아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조금씩 어긋나야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스토리를 배치했어요. 1화는 '보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된다는 것을 기대하겠지' 싶었고, 2화에서는 변주를 주고 싶었어요. 2화는 좋게 보는 분들도 있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힘들지만 꿈을 이루거나 결론이 나는게 꿈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인데 그렇게 방향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3화에서는 보편적인 이야기여야 할 것 같아 멜로 이야기를 넣었죠. 4화는 우리 부모님의 시리즈가 무슨 내용인지 알까 싶어서 박인환 선생님 에피소드를 배치했고, 5화는 또 다른 재미를, 6화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것을, 7화는 여행기니까 비행기를 타고 싶었죠. 8화는 한 시즌이 끝나기 때문에 오프닝 음악부터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드라마의 주인공이 이나영은 담백하고 담담하게 박하경의 모습을 표현했다. 어느 순간 이나영이 박하경, 박하경이 이나영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어떤 이유로 캐스팅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냥 대본이 나오기 전에 손미 작가와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하고 콘셉트를 잡고 아주 간단한 설정만 가지고 막연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 '배우 이나영'이라고 했어요.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더라고요. 왠지 더 상상이 될 것 같고 왜 뜬금없이 이나영이 나왔을까, 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샤우팅 하지 않아도 표현하는 미묘한 같은 것들이 좋아요.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예요. 이나영 배우가 한다고 하니 시나리오 작업이 술술 풀렸고, 힐링물이라고 한다면 웃을 때 방긋 웃고 지칠 때 지치는 모습이 있는데 이나영이라면 지쳐도 지친 표정을 짓지 않을 것 같고, 좋을 때도 미소 한 번 보일까 말까 할 것 같은 것들이 연상이 돼 함께 작업을 하게 됐죠."

이종필 감독
이종필 감독/제공=웨이브·더램프
이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현장에서의 이나영은 자연스럽게 박하경이 돼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스태프들은 눈물이 흐를 정도로 힐링이 되거나 감동을 받기도 했단다.

"억지로 무언가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어떤 극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배우가 어떤 감정을 갖고 대사를 해야 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억지로 하지 않았으면 했고 하고 싶은 대로 하길 바랐어요. 치밀한 건 있었지만 정해놓은 작업 스타일은 없었죠. 기억에 남는 것은 저는 배우가 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보는 사람이 울어야지 배우가 우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이나영이 울면 저도 울게 되더라고요. 울음의 성질이 달랐던 것 같아요. 곳곳에서 울었는데 단순히 울었다기보다는 '눈물이 맺혀있다' 혹은 '눈물이 흐른다'였어요. 그걸 보면서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창작자로서 이 작업을 끝내면서 든 생각은 '박하경 여행기'는 '맑은 카타르시스'라는 거였죠.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에서 비극이라면 여행은 맑은 카타르시스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박하경의 여행기를 담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박하경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호평과 함께 다음 시즌을 기다린다는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

"시즌2를 계획하지 않았어요. 좋은 것으로 알차게 8개 에피소드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만족해요. 또 제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도 시즌2를 생각하고 하지 않았잖아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시대적 요구, 시청자의 요구가 너무 강력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저희 작품도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는 깊이만큼, 그 수가 '오징어 게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보고 싶어 한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감지될 때 시즌2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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