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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매체 웨스트프랑스는 17일(현지시간) 브리지트 마크롱의 조카 손주가 지난 15일 프랑스 북부 아미앙의 중심가에서 정치적 이유로 길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8시 TF1 생방송 저녁 뉴스에 출연해 연금개혁 등 다양한 국내외 사안에 대해 20분가량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1월부터 성난 국민들은 매일 저녁 8시마다 창문 밖으로 냄비를 두드리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웨스트프랑스에 따르면 이날 폭행에 가담한 사람들은 반정부 시위대로 영부인 친척의 가게 앞에서 무허가 시위를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묻지마폭행 범죄의 대상이 된 장-밥티스트 트로노(30)는 브리지트 마크롱 영부인의 조카인 장-밥티스트 알렉상드르의 아들로 밤 10시 귀가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트로노는 가족이 아미앙에서 6대째 운영하는 초콜릿 가게 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묻지마폭행에 가담한 8명 중 3명은 현재 구류 상태로 오는 6월 5일에 열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초콜릿 가게는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첫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관광지로 떠올랐다. 당시 초콜릿 가게에서 일했던 점원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게에 찾아와서 브리지트 마크롱에 대해 묻거나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등의 일이 잦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마크롱 정부가 2018년 봄 철도청 개혁안을 실시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철도 노조 시위대가 초콜릿 가게 앞으로 찾아왔다. 이때부터 반정부 시위대의 표적이 된 초콜릿 가게는 2018년 말 유류세 인상으로 시작된 일명 노란조끼 시위 때에도 갖은 수난을 겪었다.
노란조끼 시위 당시엔 시위대가 가게 위층에 사는 가족들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하거나 방화 협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가게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던 협박범은 구류되기도 했다. 이후 가족들은 가게에 보안 카메라도 설치하고 문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도 채용했으나 여전히 반정부 시위대는 가게로 동물 배설물을 보내거나, 우편으로 살인 협박을 하거나, 가게로 연막탄을 던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한 가족의 가장이면서 대를 이어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는 트로노는 폭행범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며 머리·얼굴·손가락·무릎 등에 상해를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사고를 당한 트로노의 아버지는 "우리 가게는 지금 프랑스의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 규범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곳이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편 유럽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이슬란드로 가는 길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단에 "민주주의 국가에 폭력이 자리할 곳은 없다"며 이번 일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사고가 난 이후인 밤 11시부터 가족들과 함께 지속적인 연락을 주고받았고 "폭력은 상황을 더 나쁘게만 만든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