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독일 당국이 또다시 러시아 외교관을 대거 추방하기로 결정했다"며 "독일의 적대적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는 독일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주장을 보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을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 40명을 추방했던 독일이 약 1년 만에 다시 비슷한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독일 일간 빌트지에 따르면 약 90명의 모스크바 주재 독일 외교관 중 34명이 추방 대상이 됐다.
당시 같은 수의 독일 외교관을 추방했던 러시아는 이번에도 보복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국 관계의 모든 분야를 파괴하려는 독일의 이 같은 오만한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러시아에 주재하는 독일 외교공관의 직원 수도 대폭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지난 5일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이 같은 추방 방침을 통보했다. 독일 외무부 관계자는 독일 내 러시아의 정보활동 축소를 목표로 지난 수 주간 양국이 각국 외교관 규모에 대해 접촉해왔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 독일은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최대 수입국일 정도로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후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고 우크라이나에 전차와 방공 미사일을 포함한 군사지원을 하면서 러시아와 확실한 거리를 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친러 성향의 독일 내 극우·극좌 세력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화시키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러시아 내부 문건도 공개돼 악화된 양국 관계에 더욱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럽의 한 정보기관이 입수한 문건에서 러시아가 독일 급진좌파 정당 좌파당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세력을 합친 정치연합체를 만들어 서방의 대러 전선에 균열을 일으키려 한 정황이 발견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건 100% 가짜(뉴스)"라고 했지만, WP는 러시아의 전신인 구 소련도 평화시위를 악용해 서방을 분열시키려는 전술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