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일 "반도체 경기의 반등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2월 수출과 무역수지를 보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가 모두 어려운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제까지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면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자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미·중 간 경제전쟁은 반도체 및 중국 수출을 바짝 옥죄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은 중국으로의 수출을 막고 미국 반도체 투자의 위험을 높이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보조금을 받으려면 일정 기준을 넘어선 초과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 안보상 우려되는 외국기업에 기술을 제공하거나 공동연구를 하면 보조금이 회수된다고 규정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산업을 주저앉히기 위한 초강력 규제 원칙을 공식화한 셈이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반등이란 낙관론을 수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너무 안이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속내가 반도체지원법으로 밝혀진 이상 미·중 사이의 경제·지정학적 위치가 초래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경제운용 및 수출전략을 짜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대전환기인 점을 감안해 수출 및 산업전환 전략을 촘촘하게 재점검하기를 바란다. 또 미국과의 반도체지원법 협상에 적극 나서는 한편, 각종 규제철폐와 노동개혁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