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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는 10월 말까지 보험료 및 급여액 조정 등 모수개혁안이 담긴 계획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민연금법 규정에 따라서다. 정부안이 여소야대인 국회를 통과해서 연금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연금개혁의 '롤 모델'로 꼽히는 일본과 캐나다의 경험은 우리 연금개혁에 많은 단초와 교훈을 제공한다.
먼저 양국은 정치적 리더십과 정부의 강한 추진력이 연금개혁을 견인했다. 2004년 일본 고이즈미 총리는 야당의 저항과 국민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속전속결로 연금개혁을 성공시켰다. 캐나다의 경우 폴 마틴 재무장관이 전국을 돌며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알리고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설득, 1997년 연금개혁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일본의 경우 '갈등형 연금개혁', 캐나다의 경우 '화합형 연금개혁'으로 불릴 수 있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경험이 보다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캐나다의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두 나라는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기 전 2년 안팎의 여론수렴과 준비과정을 거쳤다. 이와 함께 두 나라는 연금개혁뿐 아니라 이에 연계된 연금체계 개혁과 연금운용 개혁, 재정개혁 등을 동시에 또는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은 현재 우리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비슷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었다. 여당이 다수당이었지만 여야 간 정치적 대립도 첨예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정부 차원의 개혁안을 마련한 뒤 2004년 고이즈미 총리의 주도로 몸싸움까지 벌인 끝에 중의원(하원)을 통과시켰다. 그해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할 정도로 후폭풍이 거셌다. 일본의 연금개혁은 고이즈미의 리더십, 정부와 젊은 정치인들이 뒷받침한 결과로 평가됐다.
일본의 연금개혁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더 내고 덜 받는 개혁'(보험료율 13.58%에서 18.3%로 상향, 소득대체율 60%에서 50%로 하향), 둘째 고용 및 연금 지급개시 연장, 셋째 물가 임금 출산율과 연동된 '연금재정 안정화' 등이다. 2004년 소비세 개정, 2006년(고용안정법 개정) 65세 고용연장, 2012년 후생연금·공무원연금 통합 등 숨가쁜 개혁을 이어갔다. 일본은 연금개혁 자체는 물론 이와 연계된 사회보장세 신설, 연금체계 개혁, 고용연장 등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사회경제적 개혁을 8년여 실행에 옮겨 '100년 수명'의 세계 최고수준의 '국민연금체계'를 탄생시킨 것이다.
캐나다는 일본에 비해 순탄한 길을 걸었다. 그 밑바탕에는 국민적 지지가 있었고 마틴 재무장관의 '설득의 리더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캐나다는 1996년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 국가재정은 허약했고 연금에 대한 젊은 층의 불신은 높았다. 마틴 재무장관은 1996년 10개 주를 돌며 연금개혁을 설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는 선행조치로 경제회복을 통해 국가부채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국가 신용등급을 올렸다. 경제가 좋아지자 그는 연금개혁에 나섰고 주 정부 재무장관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보험료율 인상 합의에 성공했다.
캐나다는 1997년 보험료율을 5.5%에서 9.9%로 높이는 한편 연금 '운용개혁'에 합의했다. 연금본부에서 기금운용 조직을 분리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한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를 탄생시켰다. CPP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 10.1%를 달성해 젊은 층의 미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운용개혁이 정치권과 국민들을 움직였고 작지만 거대한 연금개혁을 이끌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