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풍선이 미 본토 상공을 날아다닌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풍선은 지난달 28일 미 본토에 진입해 이달 1일 몬태나 주를 지나 4일 격추되기까지 8일간 활동했다. 미국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풍선을 격추하지 않고 추적만 했는데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조차 격추 요구가 강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중국은 민간 연구용 관측기구가 길을 잃고 바람에 미국으로 날아갔다고 궁색하게 해명했는데 공산당 정권에서 민간용이란 의미가 없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연기했다. 미국이 잔해를 수거해 조사 중인데 정보 수집 장비가 탑재됐거나 핵시설 정보가 중국으로 전송된 게 확인된다면 미·중 관계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정찰풍선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간 것을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선 안 된다. 한국 상공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주한미군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기지, F-35 스텔스기 등 중국이 꺼리는 시설이 많아 이를 정찰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거리가 가까워 정찰풍선보다 더한 것도 이용,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상공을 정찰했을 때 민간 피해를 우려해 격추하지 못했다. 영공이 뚫렸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미국처럼 단호할 필요가 있다. 무인기나 정찰풍선은 영공 침범이고 도발인데 발견이 쉽지 않고, 발견해도 인구가 밀집돼 격추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기에 더욱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언제 어떻게 정찰당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