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돌입한 한국경제가 올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훨씬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성장둔화 혹은 경기침체의 추세는 전 세계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물가 문제와 더불어 정부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EU의 탄소중립법 등으로 정부와 정부 간 협력체제가 강화되고, 정부와 민간 기업 간의 협력도 밀접해지고 있다.
국제 정치경제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체제가 가치동맹 간의 지역별 블록화로 변화하고 있고 국제교역에서 정부의 역할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EU 등이 정부와 의회가 나서서 일사분란하게 중요산업들에 막대한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부처들도 '경제위기 극복과 회생'을 주요 과제라고 언급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제부처를 통합하고 정책을 조율·집행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고 새해 경제부처별 업무보고에서도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 윤 대통령, 직접 경제 챙기기 나서야
집권 2년차를 맞아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직접 챙길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만 하더라도 당장의 세입 감소를 우려해서 반도체 지원에 소극적이었다가 대통령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화급하게 지원폭을 늘렸었다. 산업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 여타 경제부처들도 당면한 숙제에 매달리기 일쑤다. 정작 중요한 경제이슈에 대해 대통령실이 침묵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경제를 특별히 강조하고 UAE와 다보스 포럼을 순방하면서 적잖은 경제외교 성과를 달성한 것은 치하할 만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이 경제부처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직접 경제현안들을 챙겨야 한다. 그럴 때 경제위기 극복과 회생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저절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선 UAE 원전 건설을 비롯한 수출을 적극 진흥시키는 한편, 국내 부동산 분야에 남아있는 지나친 세금부담들을 털어내는 동시에 각종 규제들도 빠르게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부동산 분야가 연착륙할 수 있을 때 경기침체가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한 정책 수단들을 최대한 동원하고,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쉽지 않겠지만 입법이 필요하면 야당 설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미국 정부의 '핀셋 재정지원' 벤치마킹할 만
특별히 기업들의 투자 축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이를 역전시킬 방안도 찾아야 한다. 어떤 정부든 실업을 줄이고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에게 많은 투자를 주문하지만 기업들의 투자실행은 수익성에 대한 판단에 따른다. 지난해 기업의 국내 투자는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는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기업 투자가 줄어들면 고용 축소, 소비 둔화가 가속화해 경기는 침체일로를 걷게 된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등 민간경제단체의 제안과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만하다. 대한상의는 투자 절벽을 넘어설 해법으로 정부가 펀드를 만들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같은 전략 산업,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선별해 인재 육성에 마중물을 부어줄 것을 제안했다. 미국이 시행 중인 '핀셋 재정지원'과 같은 맥락인데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버틸 여력 살피면서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사상 최대 가계 부채와 기업들의 고용축소로 단기적인 소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 현상은 가장 심각한, 그리고 시급한 민생 현안 중 하나다. 금리문제는 물가·외환 등의 문제와 엉켜있기에 한국만 국제추세와 다르게 독자적 정책을 취하기도 어렵고 독립성을 지닌 한국은행이 관장하는 문제이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부채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 위기로 점화되는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은 특히 많은 채무자들이 이미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점을 직시하고 더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문제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