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이 사건을 5년 동안 추적해 왔다. 방첩기관은 업무 특성상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진위여부를 밝히지 않는 비공개 수사가 원칙이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일부 내용이 법원의 영장발부 과정에서 언론에 알려지게 된 듯하다. 방첩당국은 A씨를 수사하면서 제주뿐 아니라 경남 창원과 전북 전주에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해 이번 지하조직의 규모가 예상외로 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공작원이 우리나라 제도권에 침투한 뒤 노동계나 시민단체 등 합법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2021년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나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과도 유사하다. A씨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은 '민노총 산하 제주 4.3통일위원회 장악', '반미 투쟁 확대', '윤석열 규탄 배격',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 첨단 무기 도입 반대' 등 북한이 줄곧 외쳐왔던 내용들이다. 방첩당국은 A씨가 압수수색 5일 전까지도 북한 문화교류국과 암호 프로그램을 통해 교신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두고 야당과 일부 진보단체가 "정부의 공안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대남공작부서와 내통한 증거가 있고, 친북활동 증거들이 드러나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했는데도 믿지 않겠다면 대한민국의 법치를 정면 부정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북한과의 대화모드에만 매몰된 지난 5년간, 얼마나 많은 북한 공작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개 쳤을지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국가 안보는 스스로 지켜낼 때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