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과 민노총이 제출한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을 보면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간부 리더십 교육이나 핵심 간부 워크숍, 성감수성 치유 프로그램 등 주로 연구나 교육 사업에 썼다면서 제목과 금액만 명시할 뿐 구체적인 증빙자료는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총에 수백억원대의 세금이 집행되는데도 그간 정부가 감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정부 지원금이 '눈먼 돈'처럼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여당이 이른바 '노조 깜깜이 회계 방지법'을 발의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노조 부패'를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로 규정하고 강력한 개혁의지를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양대 노총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은 경제위기 극복과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2010년 제정됐다. 그 후 12년 동안 매년 수십억씩 돈만 주고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정부가 모른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국고보조금은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만큼 정부는 당당히 그 내역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사용목적을 벗어난 게 확인되면 지원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입법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입법에 시간이 걸리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입법 노력에 앞서 이미 정부에게 회계감사권이 주어져 있는 만큼, 정부가 그 권한을 발휘해서 노조에 준 국고보조금의 사용 내역부터 확인해 국민들에게 알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