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국회는 예산과 법인세법 및 한전법 처리 등 긴급 현안이 여럿 걸려있다. 639조원의 내년 예산은 15일이 여야가 합의한 처리 기한이다. 5조원을 삭감하고, 대신 이재명 예산을 확충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의 버티기로 타결 여부가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대치가 계속되면 자체 수정 예산안을 마련해 통과시키겠다고 하는데 횡포다.
예산안이 통과되려면 법인세법과 금투법, 한전법이 먼저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난망하다. 국민의힘은 법인세 25%를 22%로 내리자는 것이고 민주당은 '초부자감세'라며 중소·중견기업만 법인세를 20%에서 10%로 낮추자고 맞선다. 한전법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탈원전으로 한전을 빚투성이 만드는 데 일조한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역설적이다.
민주당 수정안이 의석수를 악용, 힘으로 통과된다면 야당이 정부 예산을 짜는 꼴인데 국정운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예산에 반영되지 못하는 참담한 일도 생긴다. 윤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미뤄져 '안타깝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골목대장'으로 비꼬며 직접 예산 협상장에 나오라는 말까지 했다.
국회는 정치가 실종된 상태다. 국회의장의 지도력 부족, 민주당의 폭주와 국민의힘의 무기력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법인세와 예산안, 이상민 장관 해임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이 뒤얽혀 어디부터 풀지 모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15일까지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나라 살림이 돌아간다. 정치권이 싸울 때 싸워도 예산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