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법안소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개정안은 현재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국회와 시민단체, 직능단체 등이 이사를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은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영방송의 운영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좌지우지할 게 아니다. 최근 들어와 공영방송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이에 따라 공영방송을 민영화 통해 자생력을 키워가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자는 여론이 대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 경영진 선출에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주려는 야당의 시도는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친(親)민주당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재의 공영방송 시스템상 자칫 특정 정당의 공영방송 장악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오히려 설득력을 지닌다. "운영위원 추천 방송·미디어단체·시청자위원회·노조 등은 친민주당·친민주노총의 언론노조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민주노총 방송 독점법'에 다름 아니다"라는 여당의 목소리에 야당은 한번쯤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의 여론 형성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런 만큼 야당은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우선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야당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태도일 것이다. 거대 야당이라고 자기 입맛에 맞는 법안을 무리하게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지지와 동의가 없는 법안이 입법화되면, 돌이킬 수 없는 무수한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이다.
만약 이런 여러 우려가 무시된 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리고 공영방송의 실태 파악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 다음, 여야 정치권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영방송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