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명의 소중한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놓고 원인 등을 명백히 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관계 당국의 무사안일, 직무유기 등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 또한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지극히 옳다.
다만 내년 예산안 처리와 이태원 국정조사를 맞바꾸려는 정치적 시도는 곤란하다. 진실규명을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한다면 국민 모두 환영할 것이다. 그렇지만 예산안 처리 등 정치현안을 내세워 국정조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시도는 철저히 배격돼야 한다.
국정조사 대상에 대통령실을 포함하는 것 등 논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던 국정조사 범위와 일정을 정하는 데에도 여야가 합의를 이뤘다. 일부에서는 제2의 세월호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런 정치적 선동에 국정조사를 불쏘시개로 악용하려는 일은 철저하게 차단해야 할 것이다.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겠지만 여야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진실규명 차원의 차질 없는 국정조사에 협력해야 한다. 급등하는 국제금융시장 금리와 환율불안 등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하는 등 경제위기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은 절대 환영받지 못한다. 새해 예산안 적기처리를 통해 필요한 곳부터 예산이 순차적으로 투입돼 경제가 활력을 되찾도록 여야의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