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기준 시점은 기술적으로 수시로 바꿀 수 없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현재의 집값 급락세를 반영해야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종부세 감세 등 개편은 지난 대선의 주요 이슈로 여야 모두 경감을 약속했으나 야권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과세 대상이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나게 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는 120만명에게 4조원대 규모로 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과세 대상과 세액은 각각 93만1000명과 4조4000억원이었다. 2020년 66만5000명에게 1조5000억원이 부과됐던 것에 비하면 인원과 세액 모두 급증했다. 올해도 대상자가 급증했는데 세액도 지난해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값 급등세로 인해 종부세 증가에 별다른 조세저항은 없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가 17.2% 상승해 종부세도 따라 오르게 됐다. 그러나 종부세 과세시점인 지난 6월 1일 이후 아파트 등 실거래 가격이 급락세여서 공시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속출할 전망이다.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는 '부동산 다수보유자에 대한 가중부과'라는 입법 목적에 배치된다. 이에 대한 세제개편이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실수요자 대상 무차별적 종부세 과세는 피해야 한다. 정부가 그간 다양한 종부세 부담 경감 방안들을 내놨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율인하 등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해 시의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고지서 발송 전 실수요자 종부세를 최대한 경감해 주는 쪽으로 동원 가능한 조치를 시급히 시행해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바란다. 야권 역시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