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로 외화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흥국생명의 조기상환 연기 결정을 단순히 한국의 특정 금융회사의 결정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한국' 금융회사들의 사정을 반영하는 결정으로 인식한다는 게 확인됐다. 앞으로 금융당국과 개별 금융회사들은 이런 점들을 충분히 감안해서 소탐대실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흥국생명이 사실상 채무불이행으로 받아들이는 조기상환 연기를 선언한 것은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조기상환을 하지 않으면 연 6.742%로 금리가 높아지지만, 12%나 되는 현행 금리로 신종자본증권을 새로 발행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흥국생명뿐만 아니라 여타 한국보험사들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소탐대실이었다.
이처럼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이 13년 만에 연기되자 국내 은행과 보험사들이 발행한 영구채 가격이 연일 하락했다. 흥국생명은 이런 시장혼란에 대해 공식사과를 했다. DB생명도 13일로 예정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내년 5월로 연기했던 것을 취소하고 원래대로 상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흥국생명의 전례가 준 교훈을 받아들인 것이다.
흥국생명은 주어진 조건 아래 가장 유리한 선택을 했겠지만, 이런 선택이 부를 파장을 깊이 깨닫지는 못했다. 금융당국이 사후적으로 빠르게 사태를 수습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금융시장, 특히 국제금융시장은 신뢰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이번 흥국생명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이런 점을 명심하면서 금융 안정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