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편성의 방향은 '건전 재정, 약자 지원, 안보'라는 핵심용어로 집약된다. 상황 인식부터 살펴보면, 윤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의 추세 속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공급망의 블록화… 속에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하고 "안보 현실 또한 엄중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 인식은 대다수 국민들과 다수의 야당의원들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건전 재정'은 이런 상황에서 국가신인도와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채택된 정책 방향이다. 사실 한국의 나라빚이 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IMF 등의 기구들은 경쟁적으로 한국의 나라빚이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래서 윤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 규모를 639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한 것은 의미가 있다. 물론 이게 정말 의미가 있으려면 추경편성이 없어야겠지만 말이다. 또 공공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서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해서 절약분을 약자 지원, 민간주도 경제 지원, 국민안전과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책임 강화에 쓰겠다고 했다.
사실 정부지출을 동결하거나 심지어 축소하면서 동시에 약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반대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그렇게 쓰겠다고 한다.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는, 특히 야당은 과연 정부 말대로 문제없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이런 계획에 허점은 없는지 법정 기한 안에 제대로 심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