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수출이 저조하고 강 달러로 인해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인 데다가 최근에는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 중소형 증권사와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에 대한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금융시장은 부도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악성 루머가 퍼지면 그 기업의 실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자금시장을 더 경색시킨다. 그런 점에서 경제부총리와 금융당국이 이런 악성 루머의 단속에 나서는 한편,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α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제시한 것은 급한 불을 끄는 조치일 것이다.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시장금리 이상의 금리를 적용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융사에 유동성을 응급 지원하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응급조치 덕분에 악성 루머가 차단될 것이고 동시에 이런 악성 루머가 촉발할 금융회사의 부도 사태와 금융회사의 부도 사태가 몰고 올 더 큰 사태도 미연에 방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 대출과 투자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유사한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이 등장할 때마다 당국이 이런 응급조치를 계속 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시장 충격을 줄이는' 퇴출 혹은 구조조정 정책도 강구되어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