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미 전략자산의 한국 상시 배치 질문에 "한국에는 2만80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한다. 그것이 미국의 안보 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과의 약속의 신호"라고 말했다. 전략자산 배치를 직접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주한미군 자체가 방어 의지라고 한 것은 전략자산을 배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앞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관훈클럽 토론에서 전술핵 재배치 질문을 받고 "전술핵 얘기는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가 아니라 그런 긴장을 낮추기 위해 핵무기 제거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견해를 동시에 보인 것인데 정부로선 별로 달갑지 않은 말이다.
라이더 대변인이나 골드버그 대사의 말은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에겐 한가롭게 들린다. 북한은 최근 1주일 사이 5번 도발했다. 18일 밤에 서해와 동해로 250발, 19일은 서해로 100발의 포를 쐈다. 툭하면 9·19 합의위반이다. 김정은은 대화할 필요 없다는데 대화를 통한 비핵화를 기대하는 것은 위협 체감도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핵 위협을 멈추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있음에도 한국에서 핵무기나 전략자산 얘기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은 전술핵이나 전략자산 배치 없이도 한국이 안보에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확실한 확장 억제력을 보여야 한다. 한·미 간에는 반도체부터 중국 견제까지 협력할 게 많은데 안보 위협이 사라져야 다른 협력도 활기를 띨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