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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바르디아주 자료를 인용한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고전에 특화된 명문 만조니 고등학교의 경우 만점을 받고 우등 졸업하게 된 학생이 100명이나 나와 학교가 축제 분위기다. 또 다른 고전 학교인 베카리아 고등학교는 응시자 168명 중 50명이 우등 졸업을 하게 됐다.
인문계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실업계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호텔관광 특화 학교인 카를로 포르타에서는 응시생의 24%가 우등 졸업한다. 명문 예술고인 브레라에서도 우등 졸업자가 21명이나 쏟아져 나왔다.
유급생도 현저히 줄었다. 밀라노에서 가장 큰 인문계 고등학교 중 하나인 비르질리오는 전교생이 1500명이고 이중 330명이 졸업반인 5학년이다. 그러나 단 4명만이 졸업시험 전, 2명은 후에 유급됐을 뿐이다. 심지어 많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학생 전원이 졸업에 성공했다. 평균적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1년 총 학생 수의 4% 정도, 실업계에서는 10% 정도 학생이 다음 학년에 진급하지 못한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학사관리가 이렇게 쉬워진 이유를 놓고 각 학교 교사들은 작년부터 시행된 정부의 행정명령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탈리아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에자메 디 마투리타(Esame di Maturita)가 수능 역할을 대신한다. 따로 대입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신과 졸업시험 점수를 합산해서 대학 입시를 결정짓게 된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나뉘는데 보통 이 시험을 치르는 데 3일이 걸린다. 전염병의 대유행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수험생을 며칠씩 한 데 모아놓고 시험을 치르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작년 4월 정부에서 특별 행정명령을 내렸다. 필기시험은 치르지 않고 구술시험만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아지자 유급도 적게 시키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물론 구술 시험도 쉽지 않다. 사흘간 보는 시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큼 어렵다. 수험생 한 명이 6명의 심사위원과 1시간 동안 시험을 쳐야 한다. 주제는 마지막 학년에 배운 내용 중 각 과목에서 골라서 나오는데 어떤 문제가 나올지는 미리 알 수 없다. 그래도 이틀간 봐야 하는 논술형 필기시험이 없으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