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으로 사이버 학폭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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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 여파로 지난해 사이버 학교폭력(학폭)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3월 봉쇄령 이후부터 1년간 전국적으로 278건의 사이버 학폭이 신고됐다. 그 중 89건은 전문가가 나서야 했고, 경찰이 개입해야 하는 심각한 사건도 다수 있었다. 작년 봉쇄령 1단계 시행 중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전년보다 5배나 증가했다.
비대면 수업 중에도 교사 몰래 학폭 피해자의 사진과 동영상을 돌려보는 등 사이버 학폭 문제는이탈리아의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 학폭이 일반 학폭과 다른 점은 집 안에 들어앉아 피해자를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으로 24시간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재단 카롤리나의 사무총장 이바나 조피는 “비대면 수업의 시행으로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관심을 더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카롤리나 재단은 사이버 성폭력으로 지난 2013년 극단적 선택을 한 카롤리나를 기리기 위해서의 그의 아버지가 설립했다. 조피 총장은 사이버 학폭이 증가한 원인에 대해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많아지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여학생들이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경향이 있고, 남들과 다른 외모나 성적 지향, 피부색을 가진 학생들도 피해자로 지목되기 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학폭이 발생해도 무려 70%의 피해 학생이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원인으로는 신고로 인한 보복이 우려되거나 과거에 자신도 학폭에 가담한 사실이 있어 밝혀질까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주변에 학폭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만한 어른이 없다는 점도 신고가 부진한 이유다.
조피 총장은 “이제 우리 어른들이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은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차 관심을 받고 싶어 악플을 달기도 한다”며 “어른들에게 그들을 가르칠 책임이 있다. 학부모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 사회가 나설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