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남한과 미국에 '상응조치'를 경고하고 나서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장으로 요동칠지 주목된다.
그동안 북미 및 남북관계의 대화 단절과 경색 속에서도 한동안 정세를 긴장시키는 도발 행위를 자제해왔던 북한이 상응조치를 언급함으로써 관망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도발 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당장 미국을 직접 겨냥한 고강도 군사행동보다 대남 행동조치부터 취하며 단계적으로 위기지수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북한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직접 정조준해 사안별로 동시에 외무성 대변인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 2건을 발표하며 강한 실망과 불만을 드러냈다.
권 국장은 북한의 핵위협에 '외교와 단호한 억지'로 대처하겠다고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회 첫 연설에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는 미 국무부 대변인이 탈북민 단체 등이 주관한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북한 인권상황을 비판한데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모독이라며 "미국이 이번에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한 것은 우리와의 전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로 되며 앞으로 우리가 미국의 새 정권을 어떻게 상대해주어야 하겠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남쪽을 향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다시 나서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 '방치 책임'을 주장하며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인 담화를 내며 강력하게 반발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를 낮추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강대강·선대선'의 대미정책을 밝힌 이후 미국을 자극하는 격한 비난을 자제하고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저강도 도발에 그치며 관망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점차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의 대북 발언이나 윤곽이 드러나는 대북정책을 지켜보면서 실망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탈북민 단체 등이 주관하는 행사에 직접 성명을 내고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라고 평가한 것 자체가 용납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북한식 사고방식으로 볼 때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의지나 핵문제의 외교적 해법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전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00일만에 공개한 대북정책 검토 결과도 트럼프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사이의 어중간한 스탠스여서, 북한으로서는 오바마식 정책의 답습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발언 등에 건별로 대응하며 다양한 대응과 군사적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미국을 직접 겨냥한 고강도 군사도발보다는 애매한 중·저강도 수위의 군사행위로 미국을 자극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이 미 국무부 대변인 성명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응수하고 미국 담당 국장 명의 담화라는 비교적 대응 형식을 낮춘 것, 이들 담화를 전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하지 않은 점 등이 이런 해석을 낳는다.
하지만 대신 남측에 향해서는 실질적인 강력한 도발 행위에 나서 한반도의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대미 담화를 노동신문에 게재하지 않은 것과 달리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동신문에 공개해 대조를 보였다.
북한은 지난해 6월 김여정의 담화를 포문으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실질적인 도발로 대응한 전례가 있다.
김여정의 관련 경고 담화가 두 차례 나오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게재했으며, 실제 경고에 그치지 않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가 하면 군사행동까지 예고하며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갔다.
더욱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고강도 무력시위에 여전히 조심스러운 만큼 남쪽을 겨냥한 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켜 미국을 간접적으로 자극하고 압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 담화는 주체가 높아 경고뿐 아니라 실제 상응행동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반면 대미언급은 외무성 대변인 등 발표주체의 급이 낮아 위협 내지는 압박의 성격이 커 보여 당장 실행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